31일 금강산호텔 2층 식당에서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의 공동오찬 자리는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린데다 오전 개별상봉 시간 공안 가족들 간에 많은 대화가 오간 뒤여서 전날 첫 만남과 만찬 때보다는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북측 리창식(80) 씨와 함께 상봉장에 온 북측 아들 리경렬 씨가 중식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고향의 봄’과 ‘반갑습니다'(북한노래) 등을 불러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옆에 있던 리창식 씨의 남측 동생 이대식 씨는 “우리 조카, 노래를 참 잘한다. 가수다”라고 말했다. 경렬 씨는 양강도 지역에서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리경렬 씨는 또 노래를 부르면서 “다함께 부르자”며 분위기를 띄웠고,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던 다른 가족들도 함께 박수를 치며 흥겨워했다.
가족들의 식탁에는 북측이 준비한 백로술(배로 빚은 술)과 봉학맥주, 인풍포도술 등이 올랐다.
븍측 리재선(79) 씨도 남측 동생 이천용(71) 씨와 식사를 하다 흥에 겨워 노래를 불렀다. 천용 씨가 “엄마도 노래를 잘했는데 언니도 노래를 참 잘한다”고 칭찬하자, 재선 씨는 “아니다. 엄마는 노래 못했다. 내가 휠씬 잘한다”고 말해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고 했다.
북측 우정혜(73) 씨 가족 테이블에는 옆에 앉았던 북측의 또 다른 방문단 김제국(73) 씨까지 합세해 ‘고향의 봄’을 합창하다가 흥에 겨운 김 씨가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우 씨와 김 씨는 모두 연안군에 살아 평소에 안면이 있었다. 김 씨는 우 씨의 어머니인 김례정(96, 남측 최고령자) 씨의 어깨를 붙잡으며 “어머니, 오래 오래 사시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전날 만찬상봉장에서 멀미 등을 호소하며 10여분 만에 자리를 떠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북측 리정숙(79) 씨는 이날 기력을 회복해 오전 개별상봉에 이어 공동중식 행사에도 참석했다.
치며 증세를 앓고 있는 전순심(84) 씨는 북측 여동생 전순식(79) 씨가 떠먹여 주는 잣죽을 맛있게 받아 먹었다. 전날 여동생을 아라보지 못했던 전 씨는 간밤, 여동생 이름을 부르는 등 정신이 맑아져 이날 상봉 내내 동생을 알아보고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주변에서 “어머니, 여기 동생. 기억나? 아는 사람이야?”라고 묻자 한참을 쳐다보다 “응”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공동중식 연회장에는 한복을 차려 입은 80여명의 북측 여성 봉사위원들이 참석, 눈길을 끌었다.
한 남측 관계자는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가 있나”며 “남남북녀라는 말이 딱 맞다”고 말했다. 이들 북측 봉사원들은 평양 등지에서 봉사학원을 수료한 전문봉사일꾼들이다.
한편 남측 가족들은 2박3일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디지털카메라, 비디오카메라 등를 준비해 상봉시간 동안 가족들의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카메라의 사진을 북측 가족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사진을 인화할 수 없어 안타깝게 했다.
가족들은 대한적십자사(한적) 측에 “북측 가족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사진을 인화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주변에 인화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답변에 발만 동동 굴렀다. 한적 관계자는 “북측 가족 주소를 확인해두면 나중에 어떻게든 전달할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