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땅서 핵실험이라니…”

함북출신 탈북자 “굶주리는 판에 무슨 핵실험이냐. 두고온 친지 걱정 태산”

“어젠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 친구 걱정에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9일 오전 핵실험을 전격 단행하자 핵실험 장소로 알려진 함경북도 출신 탈북자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 관계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도 새터민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일 뿐 아니라 친지와 북한에서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향땅이 혹시나 핵실험으로 인한 불모지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함경북도 김책시(당시 성진시)에서 태어나 2000년 탈북한 홍모(62)씨는 10일 “고향땅이 방사능으로 얼룩졌을 생각을 하니 허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홍씨는 김책시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6.25 전쟁이 터지자 중국으로 피난갔다가 1980년대 말에 김책시에서 거주한 적이 있다.

그의 기억에 유년시절 고향은 수산물이 많이 잡히는 항구 도시로 당시만 해도 꽤 발전된 도시였으나 1980년대 다시 찾았을 때 탈북을 막기 위해 철조망이 항구 곳곳에 설치되고 주민들은 궁핍해져 있었다.

홍씨는 “배불리 먹이면서 전쟁준비를 한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나 있지 인민들은 굶주리는 판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니 그게 제대로 된 나라의 지도자인가”라며 북한 위정자를 질타했다.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의 새터민 김모(42ㆍ여)씨는 “고향이 김책시에서 기차로 2시간 가량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핵실험으로 행여나 해를 입었을까 걱정이 태산 같다”라고 말했다.

뉴스를 통해 핵실험 소식을 듣자마자 북에 남겨두고 온 언니 걱정부터 했다는 김씨는 “김책시에 직계가족은 없지만 우리 모두가 한 겨레, 가족 아니냐. 무책임한 핵실험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화가 났다”고 근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김책시 상평리 인근은 교통이 불편하고 개발이 안 된 그야말로 ‘깡촌’으로 알고 있다”며 “핵실험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다 치더라도 주변국과 협력해서 화해 분위기를 만들어가도 모자랄 판에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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