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간첩 알고 협조했다면 `간첩단’

386 운동권 인사들이 포섭된 지하 조직 일심회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문제를 놓고 각계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언론은 벌써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피의자들이 강력히 부인하는 상황인 데다 주범으로 지목된 장민호씨마저 수사 초반에 일부 혐의를 시인하던 태도를 바꿔 `간첩단’이 아닌 `간첩’ 혐의 적용마저 불확실한 상황이다.

◇ 고정간첩 인식 여부가 관건= 간첩단은 복수의 간첩으로 구성된 조직을 의미하지만 국가보안법 또는 형법에 간첩과 별도로 규정된 개념은 아니고 다만 조직의 성격을 쉽게 표현하기 위해 붙이는 일종의 `타이틀’에 해당한다.

중부 지역당이나 남매 간첩단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1970-1980년대 간첩단 사건이 유난히 많았다.

우선 장씨를 정점으로 한 일심회가 `간첩단’으로 규정되려면 장씨 뿐만 아니라 다른 연루자들의 간첩 혐의가 확인돼야 한다.

최기영ㆍ이정훈씨 등 공안당국에 의해 일심회 조직원으로 분류된 이들이 장씨가 북측의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고정 간첩’임을 알고도 장씨와 접촉하고 협조했다면 간첩 혐의를 벗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씨가 간첩으로 최종 확인되더라도 최씨와 이씨가 장씨의 신분을 모르고 만났다면 재판 과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

실제 장씨는 국내에서 IT업체 경영인으로 행사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한 탓에 구속된 다른 피의자 외에도 폭넓은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안당국은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할만한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수사 상황을 일체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지만 김승규 국정원장은 정보당국 수장으로선 이례적으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정 간첩이 연루된 간첩단 사건으로 본다”고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했다.

국정원장이 공개적으로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했다는 것은 공안당국의 수사가 `간첩단’으로 결론내려도 될 만큼 충분히 진행됐거나 `간첩단’이라는 확신을 갖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향후 법원에서 공안당국의 수사 결과에 반하는 판결이 나왔을 때 받을 역풍 등을 감수하고도 간첩단 사건임을 공공연하게 내비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 국가기밀은 어디까지 = 간첩단을 규정하는 사안과 함께 또 한 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과연 국가기밀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는 문제다.

구속된 피의자들이 정계나 시민단체의 동향을 정리해 장씨에게 보고했다는 공안당국의 수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들이 보고한 내용 중 어디까지가 기밀에 해당하는지도 법정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문건 가운데 어느 선까지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정치권 동향이나 시민단체 활동 내용 등 일반에 알려진 정보들도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도 수사당국이 판단할 문제다.

대법원 판례가 국가기밀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고는 있지만 일반 정보도 경우에 따라 국가기밀로 분류될 수 있어서 공안당국과 구속 피의자들의 변호인단 사이에 논박이 예상된다.

공안수사통 출신인 한 변호사는 “개인적으론 인터넷에 실린 문건이라도 간첩이 선별ㆍ수집한 내용이라면 북한 입장에선 그 신빙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밀’로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누가 봐도 간첩이 분명한데도 국가 기밀로 인정되는 정보의 범위가 좁혀지다 보니 법원에서는 죄로 인정되지 않는 `틈새(Gap)’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사건이 법정에서 어떻게 결론날지에 대해선 신중론을 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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