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전 총리, 주일대사관서 분향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19일 도쿄(東京) 미나토(港)구 주일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대사관에 도착한 고이즈미 전 총리는 곧바로 방명록에 서명한 뒤 영정 앞에서 헌화하고 잠시 묵념을 했다. 이어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권철현(權哲賢) 주일 대사에게 다가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짧게 인사를 한 뒤 바로 자리를 떴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감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 편으로 황급하게 자리를 떴다.

김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전 총리는 10여개월에 걸쳐 같은 기간 한국과 일본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있으면서 한일관계 등에서 관계를 맺게 됐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별로 순탄치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이 취임 1년차인 1998년 10월 일본을 방문,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파트너십을 강조한 한일공동선언을 이끌어 내면서 한일관계를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2001년 4월 총리에 취임한 고이즈미 전 총리는 취임 전부터 공언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취임 원년 종전기념일, 즉 8월 15일을 맞아 전격 실행하면서 호전되고 있던 한일관계를 일거에 급격히 냉각시켰다.

이후 김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전 총리 사이에는 현직 정상 자격으로는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있었던 데다 2002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 정치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양국 정상 간 방문 등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도 상당한 정치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가 2002년 9월 평양을 전격 방문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평양선언을 이끌어 낸 것이나 2년 뒤 재차 북한을 찾은 것은 김 전 대통령의 2000년 6월 역사적인 방북 및 남북 정상회담이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대사관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바라보며 고인을 추도하는 동안 고이즈미 전 총리의 뇌리에는 자신의 방북 기억과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악수 장면 등이 교차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이날도 침묵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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