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탈북인사 김덕홍, 여권 발급 거부는 부당”

황장엽 북한 전 노동당 비서와 함께 1997년 한국에 망명한 김덕홍 전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사장에 대해 ‘정부가 여권 발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은 김덕홍 씨가 “미국 출국을 위해 신청한 여권 발급을 국가가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발급거부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 제 14조에서 ‘모든 국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국민은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으로서 탈북한 원고도 당연히 국민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여권법에서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현저히 해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 여권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북한의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 겸 노동당 중앙위원회 자료연구실 부실장으로 1997년 2월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와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지난 2003년 2월 미국 방위포럼재단과 허드슨연구소로부터 초청을 받고 여권 발급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고 1심에선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승소했다.

당시 외교부는 “김 씨가 24시간 신변보호를 받고 있고 미 초청자 측이나 관계기관에서 신변대책이 강구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방미 중 정상적인 신변보호 활동을 할 수 없어 신변위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로 여권 발급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신변 위해 가능성만으로는 원고의 방미 중 신변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가 북한 고위직이었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대한민국의 일반 국민보다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미국에서 탈북 인사가 체류 중 또는, 북한 관련 발언을 이유로 테러를 당했다는 자료가 없다”며 “미국의 치안 상황, 남북한과 미국의 최근 국제 관계 등에 비춰, 미국 방문 중 원고가 테러를 당할 개연성이 높지 않고 이를 추단할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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