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수십명 키우는 북한 여성들

76, 43, 170, 38, 33…

아리송한 이들 숫자는 북한 매체들이 미담으로 소개한 가정의 자녀 수이다.

리일화씨(평북 신의주시)는 76명의 자녀를, 윤선희씨(평양 김만유병원 의사)는 24명의 자녀를, 림춘복씨(평남 숙천군)는 38명을, 서혜숙씨(평양시 만경대구역)는 33명의 자녀를 각각 키웠다. 리희순씨(함북 온성군)는 무려 170명에 이르는 자녀를 양육했다.

이들의 가정을 찾는 사람들은 빨래하랴, 먹이랴 정신없이 바쁘게 생활하는 이 여성들을 안쓰럽게 보면서도 그 정성에 감격하게 된다.

이 많은 자녀는 이들의 친자식이 아니다. 고아를 한 명, 두 명 데려다 키우다 보니 이렇게 불어난 것이다. 이들을 육아원이나 고아원 원장쯤으로 생각하겠지만 북한 매체는 이들이 보통 가정의 평범한 어머니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0년대 중ㆍ후반 사망자가 속출, 수많은 고아가 발생했다.

이들 여성은 이런 고아들을 거둬 돌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서혜숙씨와 리희순씨는 이미 북한 사회에서 유명인이 됐다.

북한 매체들은 이들의 미담을 크게 보도했고, 사회적으로 ‘서혜숙ㆍ리희순을 닮자’는 열풍이 불었다. 이들은 북한 최고의 명예인 ‘영웅’ 칭호까지 받았으며 문학의 소재로 등장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2살 때 부모에게 업혀 북한에 왔던 서혜숙씨는 남편 김천만씨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1992년부터 고아를 데려다 키운 것이 어느덧 수십 명으로 늘었다.

리희순씨가 고아들의 어머니가 된 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아들이 1994년 8월 전방부대에서 군복무를 하다 사망한 것. 그는 아들에게 못다한 사랑을 고아를 입양해 베풀고 있으나 늘 힘에 벅찬 실정이다.

주변에서 각종 물품을 도와주기는 하지만 한끼 식량이 30㎏인 데다 한해 김장용 채소도 30여t에 달해 빈 땅을 일구고 돼지, 염소를 키우는 등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눈물겹다.

리일화씨나 윤선희씨, 림춘복씨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이다.

리일화씨는 16년 전부터 고아를 양육하기 시작해 그 수가 76명이나 됐으며 이들 중 일부는 군인(18명), 노동자 등으로 사회에 진출해 가정을 이루고 자식까지 낳았다.

그는 지난달 30일 조선중앙TV에 출연, “서혜숙, 리희순 모성영웅들의 소행에 비춰보면 아이들을 위하는 지성과 사랑이 너무도 모자란다고 본다”며 겸손해 했다.

윤선희씨는 의사로 바쁜 병원생활에도 ‘고난의 행군’ 때 고아 43명을 데려다 키웠고, 이중 24명을 군대에 보내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감사를 받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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