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처한 ‘우라늄 진실게임’..북ㆍ미 선택 주목

“우라늄 진실게임의 향배가 드러나려는 순간에 다다르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8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 등과 관련해 발표한 담화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정부의 고위 소식통은 북핵 협상이 바야흐로 ‘진실의 고비’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2002년 10월 평양을 찾은 미국 특사일행에게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우리는 HEU(고농축우라늄) 계획을 추진할 권리가 있고, 그보다 더 강력한 무기도 만들게 돼있다”고 일갈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제2차 핵위기가 해결이냐, 아니면 영구미제로 남게되느냐를 가를 국면으로 돌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강석주의 발언을 근거로 북한의 ‘HEU 보유’ 사실을 곧바로 대내외에 발표한 직후부터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고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8월 베이징(北京)에서 6자회담이 개막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북한이 제2의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한반도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6자회담의 동력을 활용해 2005년 비핵화의 설계도에 해당되는 9.19공동성명을 도출했지만 이내 세상에 공개된 ‘BDA(방코델타아시아) 대북 금융제재’의 신경전 속에 북한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협상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 원칙을 고수하면서 결국 2007년 1월 베를린 북.미 양자협상을 고비로 양측 간 협의가 급진전돼 2.13합의와 10.3합의의 채택으로 비핵화 1단계(폐쇄)와 2단계(불능화 및 신고)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10.3합의에 따른 핵 프로그램 신고가 끝내 협상의 진전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가 되고 있다.

특히 과거 우라늄농축활동을 했는 지 여부와 북한과 시리아간의 핵협력 의혹에 대한 신고 문제는 북한이 진정 핵폐기 의지를 갖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는게 북핵 현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시각이다.

만일 북한이 두 현안에 대해 ‘과거의 진실’을 고백한다면 제2차 핵위기의 발단원인이 해소되는 것이고, 이는 곧 북한에 대해 경제.에너지 지원 뿐 아니라 테러지원국 해제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북미관계가 정상적인 외교관계로 발전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평화의 질서 구축’으로 전환되는 획기적 사건이 될 것이다.

28일 북한 외무성 담화는 바로 이 `핵심 사안’에 대한 북한의 명백한 의지를 담았다. 그러나 그 의지는 기대를 빗나갔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UEP 의혹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에 대해 “미국이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보려고 우기면서 핵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일축한 것이다.

다시 말해 10.3합의에 따라 북한은 정당한 핵 신고서를 만들어 제출했는데도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부당한 요구’를 계속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UEP와 관련해 미국 부시 행정부의 체면을 고려해 ‘수입 알루미늄관의 행처’를 밝힐 수 있도록 예민한 군사대상들을 보여주고 일부 재료도 제공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을 이미 모두 했다는게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측은 자기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우리를 한사코 죄인으로 몰려는 너절한 요술에 매달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번 담화는 북한의 대외발표 가운데 매우 공식적이고 의미있는 형식인 외무성 담화 방식으로 발표된데다 내용 또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핵 외교가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서’로 평가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북한과의 협상에서의 피로감을 호소하며 향후 ‘수 주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고 한미 외교장관이 회담을 가진 뒤 유명환 외교장관이 “시간과 인내가 다해가고 있다”고 밝힌 데서 보듯 6자회담 참가국들은 10.3합의 이행시한(지난해말)이 이미 석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북한의 마지막 ‘고백’을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서 이날 담화를 고비로 북한과 더 이상 협상을 해야 하는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힐 차관보와 그의 상관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국내 협상세력들도 북한이 ‘과거사 고백’을 결정적으로 부인하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협상에 매달릴 명분이 없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북한은 김하중 통일장관의 발언을 빌미로 삼아 개성의 한국 정부 인원을 ‘추방’했고 미사일 발사 등 서서히 긴장을 고조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면서 “북한이 본격적으로 기싸움을 하려는 것 같으며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대응도 북한의 수준에 맞출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일 북한이 “지금까지 겨우 추진되어 온 핵시설 무력화에도 심각한 영향이 미치게 될 수 있다”는 외무성 담화 내용을 실행에 옮길 경우 미국과 한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더 이상 인내하지 않고 북한을 상대로 한 압박공세를 격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외교소식통들은 그러나 “아직은 협상판을 흔들 수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미국은 플루토늄과 UEP 및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을 분리 신고하거나 신고 내용을 비밀리에 하는 방안, 그리고 간접적인 시인방안 등을 통해 핵 신고 수준을 크게 낮춘 상황이다.

미국이 제시한 신고방안 등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개입해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6자회담의 동력을 유지하면서 핵 폐기의 돌입을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적정선에서 타협할 경우 상황은 정상화될 수 있고 이는 곧 6자회담의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끝까지 ‘우라늄 진실게임’을 외면하고 대결을 선택하거나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활용해 ‘시간끌기’에 주력하려할 경우이다.

정부 소식통은 “어차피 8월 이후에는 북한과 협상을 하려해도 물리적으로 실질적인 내용을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고비를 맞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유지해온 6자회담의 틀을 활용해 북한을 핵폐기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어려운 협상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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