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는 14일 오후 2시부터 사흘간 예정된 좌파단체 ‘다함께’ 주최의 ‘맑시즘 2008-촛불들의 축제’ 행사의 학내 개최를 불허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학칙에서 ‘집회에 관한 내규’에 근거해 행사의 주최인 ‘다함께’를 ‘학교에서 불허한 외부 단체’로 규정, 학칙을 지키고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 행사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다함께 측은 ‘다함께 고대 모임’을 통해 대학 측에 “교양관을 빌려달라”고 신청했지만, 고려대는 12일 “이번 토론회를 막기 위해 열람실이 있는 중앙도서관, 백주년기념관, 중앙광장 등을 제외한 전 건물을 이날부터 5일간 통제한다”고 학교 사이트에 공지했다. 이 기간에 건물 출입을 원하는 학생은 학생증을 보여주고 출입 목적을 설명해야 한다.
이에 대학생 ‘다함께 고대 모임’ 등은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앙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대는 ‘맑시즘 2008’ 불허를 철회하고 행사 진행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은 학문과 사상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돼야 할 공간”이라며 “대학은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류를 통한 학문의 발전으로 사회 진보의 밑거름을 마련해야 할 사회적 의무도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맑시즘 2008’과 같은 진보적 토론회가 본교에서 안정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고려대는 일방적인 불허 통보를 철회하고 맑시즘 2008 포럼 진행에 협조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행사는 2001부터 2005년까지 고려대에서 열렸으나, 2006년에 이 학교가 불허하자 경희대로 옮겨 열었다. 지난해에도 고려대는 행사를 불허했으나, 별다른 마찰 없이 학내에서 행사가 열렸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불법 주최해 경찰의 수배를 피해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박원석 광우병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등이 인터넷생중계 방식으로 개막식 연설이 예정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