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 유행하던 ‘어머니'(작사·작곡가 미상)라는 노래가 다시금 불리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1일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최근 당에서 금지했던 노래들이 다시금 불리고 있다”며 “누가 지었는지도 모르고 출처가 명확치 않지만 자신들의 마음을 담은 노래여서 ‘어머니’ 노래를 즐겨 부른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대(大)아사 사태가 벌어졌던 고난의 행군 시기 당시 자신은 굶으면서도 자식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어머니의 애틋함을 구슬픈 가락으로 표현한 곡으로 대다수 주민들의 애창곡이었다. 한 탈북자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담은 이 노래는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눈물짓게 했다”고 소회했다.
소식통은 “최근 결혼식이나 입대 환송식 등에서 ‘어머니’와 ‘나서라 의형제여’ 등의 노래가 불려지고 있다”며 “아무래도 요즘 고난의 행군 시기가 많이 생각나서 그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탈북자는 “고난의 행군 시기 출처가 불명확한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인민반회의에서 포치했만 사람들은 결혼식 집이나 야유회 같은데서 자주 불렀다”며 “이 중에서도 ‘어머니’ 노래가 사람들 속에서 많이 유행됐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2008년부터 불려진 ‘혁띠를 조입니다'(작사·작곡가 미상)도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노래는 초기엔 군인이나 돌격대원(발전소 등 특정 건설작업에 동원되는 사람) 사이에 불려졌지만 최근엔 꽃제비들이 주로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에 한국에 온 한 탈북자는 “‘혁띠를 조입니다’는 노래를 다시 불러보니 고향생각이 난다. 기차 안에서 군인들이나 돌격대원들도 이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지금 북한의 인민들이 살고 있는 비참한 모습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특히 이 노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정일을 믿고 극복하자’는 의미로 불리다가 최근엔 ‘장군님 따르는 길에 혁띠를 조입니다’는 마지막 가사를 김정일 정권의 실정에 따른 식량난을 조롱하는 의미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 정권은 출처가 불명확한 노래에 대해서는 부르는 것을 철저히 금지해 왔다. 때문에 이 두 노래에 대한 당국의 단속도 예상된다. 데일리NK는 앞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예술영화 ‘림꺽정’의 주제곡인 ‘나서라 의형제여’가 유행하자 당국이 이를 부르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5월 18일자 기사 보기
최근 북한에서 이처럼 ‘고난의 행군’ 시기 불리던 노래가 유행하는 것은 다시금 시작된 식량난 등에 따른 불만을 노래로써 표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최근 주민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노래 <어머니>
인생에 꿈도 희망도 자식위해 다 바치시고
검은머리 희여 지신 분 어머니 나의 어머니
자신은 굶으시면 서도 이내 입에 떠 넣으시고
혹한 속에 헐벗으면서도 이내 몸을 감싸주었네
다자라도 찾는 어머니 백발 돼도 찾는 어머니
엄마 없이 나는 못살아 어머니가 제일로 좋아
<혁띠를 조입니다>
믿고 싶어요 우리의 고난 극복된다고
믿고 싶어요 우리의 앞날 창창하다고
오늘의 하루하루 견디기 어렵지마는
장군님 따르는 길에 혁띠를 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