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벽화 특별전 전호태 감독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의 현 상태를 가장 생생히 보여주는 국내 첫 전시입니다.”

광화문의 서울역사박물관에서 9월1일 개막하는 ’인류의 문화유산 고구려 고분벽화’ 특별전의 전시 총감독은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에 평생을 매달려온 울산대 전호태 교수.

국내 고구려 고분벽화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전 교수는 스스로도 “나만큼 고구려 고분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 드물다”고 자평할 만큼 고구려 고분 벽화에 정통한 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미술사ㆍ고고학ㆍ역사학을 넘나들며 평생 고구려 고분 벽화를 연구해온 그가 이번에는 직접 실무 전시기획에 뛰어들어 고구려 고분 벽화 사진전의 전시 총감독을 맡아 분주히 전시 현장을 뛰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지금까지 북한의 고구려 고분벽화를 찍은 사진 중에 질적으로 가장 우수하고 내용적으로 가장 상세한 사진들이 전시됩니다.”

이번 전시는 일본의 대표적 뉴스통신사인 교도통신(共同通信)사의 사진 전문기자들이 북한에 들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구려 고분벽화를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바탕으로 꾸며졌다.

전 교수는 “우리가 직접 찍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고구려 고분은 이미 민족과 국가를 넘어 인류의 문화유산이므로 누가 찍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처음에 단순히 칸막이를 하고 사진을 내거는 전형적인 ’갤러리 사진전’ 스타일로 제안된 전시를 전 교수는 무덤 내부의 독특한 분위기를 살리고 사진들이 ’고분 벽화’라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도록 공간 구성에 파격을 줬다.

양쪽 벽면 뿐 아니라 천장에도 그림이 그려진 고분 벽화의 형태를 그대로 옮겨다 놓고 쌍영총 고분 벽화 사진이 전시된 코너에는 직접 쌍영총과 같이 돌기둥 모형도 세웠다.

이외에 사진의 눈높이도 중학생 키 수준에 맞춰 교육적 효과의 극대화를 노렸다.

전시 주 관람층을 이처럼 초ㆍ중학생으로 잡은 것은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방사(北方史)에 국수주의적 인식까지도 나타나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북방사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그의 평소 지론의 산물.

“중ㆍ고 시절은 역사 인식의 틀이 잡히는 시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고구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겁니다.” 어린이 역사교육에도 관심이 깊은 전 교수는 고구려 역사에 관한 아동도서 출간도 준비 중이다.

전시구성 외에 그가 이번 전시에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바로 도록이다.

교도통신이 일본에서 발간한 도록을 기초로 단순히 번역ㆍ발간할 예정이었던 것을 전 교수가 전시 감독을 맡은 이후 판을 완전히 새로 짰다.

“도록에 우리의 색깔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전 교수는 원고 구성도 한국과 일본 학자 반반씩 나눠 쓰도록 바꾸고 도판의 해설도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지식을 총동원해서 모두 다시 썼다”고.

가령 일본 측 도록에는 쌍영총의 ’공양행렬도’에서 중요 인물인 승려를 ’시녀’로 오기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전 교수는 이처럼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일본 학자의 원고라 하더라도 우리말 중심으로 손을 봤다. “도록이 기본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고구려 고분 벽화에 대한 기본 참고 도서로 쓰이도록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6월 전시 총감독 직을 수락한 이후 방학 내내 이번 전시 준비에 매달렸다는 그는 1일 전시 개막 이후에는 울산대 강단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전 교수는 “고구려의 역사가 다시 세간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고구려 고분벽화의 보존에 힘을 모아야하는 상황에서 이번 특별전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강조한 뒤 “전시에 놓을 고분 모형 제작의 막바지 작업을 봐주러 가야한다”며 서울역사박물관을 나섰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