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이 무상급식보다 더 급하다

6월에 실시되는 시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초중등학생 무상급식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이른바 진보진영 후보들은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주장하는가 하면 보수진영 후보들은 단계적인 확대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교육예산이 넉넉하다면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으나 현재 우리 교육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생각한다면 전면적인 무상급식은 표를 얻기 위한 인기영합주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 교육계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우선순위로 보아 초중등학생 전면 무상급식보다 더 시급한 것이 고등학생 수업료 전면 무상화이다.


지난 3월 15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2009년 서울시교육청 산하 고교 학생 중 수업료를 내지 못한 학생이 5천1백82명으로 전년에 비해 32.2%가 늘었다는 것이다.


고교생 중에는 수업료를 내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 상태에서 초중학생의 경우 정부예산으로 부자집 자녀까지 점심을 먹이겠다는 것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발상이다.


초중학생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할 경우 약 2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2조원의 예산이 있다면 먼저 고교 무상교육부터 전면 실시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우리가 하루 아침에 유럽 선진국가들처첨 대학교육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미국처럼 고교까지는 무상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우리가 중학교 의무교육을 통해 중학교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한 것이 2005년이므로 이제는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현재 우리 고교생 중에 약 22%는 정부예산으로 학비지원을 받고 있고, 약 40%는 기업에서 학비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예산으로 학비지원을 받는  고교생 중 3분의 2는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자녀이며 3분의 1은 공무원 군인 교직원 자녀들이다.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자녀들이 정부로부터 학비지원을 받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공무원 군인 교직원 자녀들이 정부로부터 학비지원을 받는 것은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본다.


공무원 군인 교직원 자녀들에 대해 정부가 학비지원을 하게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박봉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학비부담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으로 처우가 대폭 개선된 지금까지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기업에서 학비지원을 받고 있는 고교생들도 형식상 기업에서 지원을 받고 있으나 실은 지원받고 있는 학비가 모두 기업에서 손비처리되고 있어 상당 부분 세금으로 지원받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로부터 직접 학비지원을 받거나 기업으로부터 학비지원을 받고 있는 고교생이 약 62%에 이르고 있으나 약 38%에 해당하는 고교생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교생의 부모는 대개 비정규직이거나 중소기업 종사자 또는 영세사업자들이다.비정규직일 경우 기업에서 차별대우 받고 정부에서 차별받는 이중차별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교생에게 학비지원을 해 주는 기업은 대개 대기업이거나 공기업들로 종사자들의 보수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고 공무원 군인 교직원들도 이제는 처우가 좋은 편에 속한 직종으로 이들 자녀에게만 세금으로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평등권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이듬해부터 중학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2003년도 예산에 중학교 1학년 무상교육비를 반영시켜 놓고 물러났다.진보정권을 자임하던 노무현 정권이 임기 내내 평등교육의 핵심가치인 고교 무상교육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다.


우리의 진보적인 정치인 언론인 학자 교사 노조 시민단체들이 고교 무상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들이 이미 수혜층에 속해 있어 정치적 색맹이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수혜층에 속하면 사회의 그늘을 잘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민노당 민노총 전교조도 모두 수혜층에 속하고 있다.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때 고교 무상교육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뿐이었다.대부분의 후보들이 고교 무상교육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은 그들이 모두 수혜층에 속해 있었기 대문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경우 약 2조3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괴고 있다.그 중에서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자녀,공무원 군인 교직자 자녀 등 고교생 약 22%에게는 약 5천억원이 이미 지원되고 있으므로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에 따르는 추가 예산은 약 1조8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여기에 다시 기업에서 약 40%의 고교생들에게 지원하고 있는 약 9천억원을 빼면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를 위한 순수 추가예산은 약 9천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고교 학비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계층은 하위 30% 소득계층에서 60% 소득계층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이들 계층이 겪고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로 이들 계층의 학비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 부자 자녀들에게 무상급식을 시켜 주는 것보다 보다 정의로운 일이다.


얼마 전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실시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선별적으로 실시하고 있음을 우리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자녀는 학비지원을 받으면서 하위계층 자녀들이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부조리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부도덕한 일이다.선거를 앞두고 표만을 의식해 인기에 영합하는 주장을 하는 것도 부도덕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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