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햇볕조절론’ 제기… DJ와 각 세우나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선 고 건(高 建) 전 총리와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8일 안동대 특강에 앞서 미리 공개한 강연원고에서 “햇볕이 계절 마다 강약 차이를 보이지만 겨울에도 사라지지 않듯이, 햇볕정책도 상황에 따라 강온을 잘 조절하여 계속돼야 할 것”이라며 ‘햇볕조절론’을 주장했다.

고 전 총리는 특히 “북한 탓에 싸늘해진 남북상황에서는 유화정책을 실용적 중도노선으로 신속하게 교정해 동포애와 제재를 합리적으로 배합해야 한다”며 이른바 ‘가을 햇볕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DJ가 북한의 핵실험 이후 햇볕정책 고수 입장을 표명해 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햇볕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고 전 총리의 주장은 DJ에 대한 일정한 거리두기 내지 각세우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아직도 호남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DJ가 지난 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는 등 최근 정계개편 과정에 의미있는 변수로 등장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

정계개편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선언을 해놓은 고 전 총리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햇볕정책을 매개로 급속도로 가까워진 DJ와 노 대통령 쪽으로 정계개편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경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단기필마로 범여권의 대권후보 자리를 노리고 있는 고 전 총리로선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DJ가 노 대통령과 함께 정계개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고 전 총리측은 “DJ와 각을 세울 생각도 없고, 햇볕정책과 관련된 입장도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손을 내젓고 있다.

한 측근은 “고 전 총리는 햇볕정책에 비판적인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의 포용정책에 비판적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고 전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노 대통령은 북핵실험 이후 유화책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공개 표명하더니 요즘엔 안이하고 경직된 유화고수론을 펴고 있다”며 노 대통령을 직접 비판할 예정이다.

고 전 총리는 또 참여정부의 포용정책에 대해서도 “기존의 햇볕정책에 이념편향을 강하게 가한 경직된 대북유화정책으로, 일방적 퍼주기 정책으로 비판받아 왔다”고도 평가할 예정이다.

고 전 총리는 지난 2일 청주에서 통합신당 창당을 선언할 때에도 노 대통령과 우리당내 친노(親盧) 세력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북핵실험 이후 달라진 안보상황에 맞춰 햇볕정책도 창조적으로 변화시키자는 주장을 반(反) DJ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DJ가 정계개편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DJ를 경계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