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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고건 전 총리가 DJ 이후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온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대북 유화정책보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을볕 정책’의 추진을 주장했다. 이는 평소 고 전 총리가 주장해왔던 ‘중도노선’에 바탕에 둔 정책이지만 큰 틀에서는 ‘햇볕정책’의 계승을 담고 있다.
고 전 총리는 8일 오후 3시 안동대 초청특강에 앞서 배포한 강의문에서 “현 정부의 포용정책은 기존의 햇볕정책에 이념편향을 강하게 추가한 경직된 대북유화정책”이라며 “핵실험 이후 지금 같이 긴박한 북핵 사태 속에서 아무런 변화 없는 비탄력적 유화책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질적으로 달라진 새로운 안보상황을 직시하고 유엔결의와 국제여론에 발맞춰 햇볕정책을 창조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며, 전시작전통제권과 관련된 안보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관계에서는 전면적 ‘햇볕중단’도 맹목적 ‘햇볕고수’도 둘 다 극복한 ‘실용적 중도노선’이 필수적”이라며 “오늘날의 진정한 햇볕정책은 시중(時中)철학에 입각하여 ‘안보’와 ‘포용’의 원칙을 시의에 따라 적절히 배합하는 탄력적 햇볕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햇볕에도 춘하추동 사계절에 따라 변화가 있듯이 남북협력관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상강(霜降)과 입동(立冬)을 지나 서리가 비치는 싸늘한 가을철로 판단된다. 북한 탓에 이처럼 싸늘해진 남북 상황에서는 유화정책을 실용적 중도노선으로 신속히 교정하여 이른바 ‘가을햇볕전략(가을볕전략)’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는 현 정부 및 여당의 북핵사태 대응이 미흡하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현 정부는) ‘북이 핵실험을 했어도 한반도의 군사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안보위협을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안이하고 경직된 ‘유화고수론’을 펴고 있다”면서 “정부여당 또한 엉거주춤한 채 원칙적인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 핵실험 자체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이를 둘러싼 정부․여당의 무정견과 극단적 국론분열도 걱정거리”라며 “참여정부가 조장해온 분열과 갈등이 북핵사태로 또다시 새로운 차원으로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전 총리는 그러나 기존의 인도적 지원과 개성공단·금강산관광사업은 신축적으로 변화를 주어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PSI 참여도 북한과의 해상무력충돌로 비화되지 않을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