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여론조사 1위에서 중도하차까지

고 건(高 建) 전 총리가 대권 가도에서 끝내 ‘중도하차’의 길을 선택했다.

범(凡)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그가 16일 “대결적 정치구조에서의 역량 부족”을 이유로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것.

총리 퇴임 후인 지난 2004년 말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도 1위에 오르며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 지 2년여만이다.

고 전 총리가 범여권 대선주자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하반기. 당시 신중식(申仲植) 의원과 안영근(安泳根) 의원 등이 이른바 ‘고건 대망론’을 내세우며 불을 붙였다. 당시 고 전 총리는 30%대의 지지율로 16∼18%대에 그친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박근혜(朴槿惠)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제치고 선두를 질주했다.

고 전 총리는 지난해 우리당 2.14 전대에서 ‘범민주세력 통합론’이 이슈로 부각되고 민주당의 거듭된 영입제의가 이어지면서 대선주자로서의 입지에 탄력을 얻었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내에서 친(親) 고건파를 형성했다.

또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지역 기반을 가진 고 전 총리의 ‘역할론’이 여권내에서 부상한 것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고 전 총리는 지방선거 불개입을 선언하고 정치권의 ‘러브콜’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압승했고 고 전 총리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할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 됐다.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직후인 6월 20%대 초반으로 하락하면서 한나라당의 선거 승리를 이끈 박 전 대표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줬고 7월 들어서는 이 전 시장에게도 추월 당해 3위로 속락했다.

그렇지만 고 전 총리는 지방방문, 대학강연 등 소극적인 대선 행보를 계속하며 ‘정치인 고건’의 이미지를 각인시키지 못했고 작년 10월 지지율이 10%대로 주저앉은 데 이어 새해들어서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0%대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는 고 전 총리가 지난해 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자신의 총리 기용은 “인사 실패”라고 밝힌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던 점, 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이 범여권내 대안 후보로 부각된 점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따르면 고 전 총리의 평균 지지율은 2004년 12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30.0%를 기록했으나 2005년 11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23.3%,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14.9%로 점진적 하락추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고 전 총리는 총리 퇴임 이후 경륜과 능력의 이미지로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대선가도의 링에 올라서서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크게 심어주지 못해 지지율 하락 현상을 겪게 됐다”고 분석했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의 신중식(申仲植) 의원은 “전략과 참모 부재로 인해 지지도 하락을 만회할 반전의 시기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