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순희, ‘한민족 하나돼 메달 땄으면’

“기쁩니다. 한민족이 하나가 되면 함께 민족의 메달을 많이 땄으면 좋겠습니다”

11일(한국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7㎏급 결승.

허공에 뜬 이본 보에니쉬(독일)가 매트 위에 꽂히자 계순희는 울음보를 터뜨리며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북한 응원단과 북한 선수단은 기쁨에 어쩔 줄을 모르며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한국 선수단도 함께 기뻐하며 축하해주기는 마찬가지.

계순희는 경기가 끝난 직후 상기된 얼굴로 “지난 (아테네)올림픽 때 아쉬움이 컸는데 다시 조국에 금메달을 안겨 기쁘다”며 웃음지었다.

보에니쉬는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계순희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긴 당사자.

지난 2003년 오사카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허리끼어치기로 보에니쉬의 팔을 부러뜨리며 금메달을 차지했으나 아테네올림픽 패배로 절치부심하던 차였다.

이번 경기가 설욕전이 셈이라 기쁨은 배가 됐다.

계순희는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남북단일팀을 만들기로 남북이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데 대해 “한민족이 하나가 되면 함께 민족의 메달을 많이 땄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계순희는 또 “기쁘다. 조국에 네번째 금메달을 안겼다”며 “내 자신의 기쁨보다는 아버지 김정일 장군께 금메달을 안겨서 더욱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올해 27세로 여자 유도 선수로서는 전성기가 지날 나이. 게다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이번에 세계선수권 3연패를 이루었지만 아직 금메달 사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계순희는 “(도하) 아시안게임에 나가 또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박학영 북한유술협회 서기장은 “오늘밤은 파티를 해줘야겠다”며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한편 이날 52㎏급에서 동메달을 딴 북한의 안금애도 “동메달을 따 아쉽기는 하지만 기쁘다”며 “베이징 올림픽에 나가서는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석용범 북한대표팀 단장은 “적은 인원이 출전했는데 목표를 거의 이뤘다. 이번 대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올림픽에서도 선전하겠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