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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놀랜드(Marcus Noland) 박사는 미국 무역정책과 아시아․태평양 경제문제 등을 연구해온 경제학자로서, 미국 경제학자 중에서 드물게 북한문제에도 집중해왔다. 특히 북한을 분석하면서 경제문제 초점을 맞추었다. 전통 경제학 분석 방법인 일반균형이론(general equilibrium)을 사용하여 정량(定量)분석에 의한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였다. 지난 2000년에는 ‘종말 피하기: 두 한국의 미래 (Avoiding the Apocalypse)’라는 책을 펴내기도 하였다.
아프리카의 가나와 남아공아국에서 지역연구를 했고 일본 도쿄대학,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아시아 경제를 연구했다. 놀랜드 박사는 니콜라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와 함께 미국에서 대북 강경정책을 주창하고 있는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학자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많은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북봉쇄 등 ‘플랜 B 정책’을 수립하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학자다.
수년 내 북정권 교체 가능성 높아
놀랜드 박사는 이 책에서 세 가지 관점에서 기존 연구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현재 북한은 외부 권력의 압력에 취약하고 초기적인 내부의 변화 요구에 직면해 있는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시작된 경제개혁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높였으며 국가를 엘리트의 영역으로부터 대중정치의 영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며, 2002년 7월 시행된 북한의 주요 경제․군사적 개혁은 급진적인 인플레와 도시빈민의 증가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북한 외교의 변화는 국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경제관리개선조치는 국내 정치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과거 정부 관리나 당 간부였던 김정일의 측근들이 지금은 군대 장교나 기업소의 간부로서 활동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였다.
둘째, 이 책은 국가 간 비교자료와 역사적 경험들을 통해 북한 문제를 분석하려고 하였다. 그는 북한 체제의 독특성보다는 다른 사회주의 및 후진국과의 공통점에 관심을 갖고 타국가의 경험은 북한의 변화를 전망하는 데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주의 체제 전환의 다양한 발생요인과 변수들을 규명하고 각각의 시나리오에서 정식 통계 모델링 작업을 통해 각각의 미래를 전망하였다. 이런 전망은 기존의 주먹구구식 분석과는 달리 독립변수와 종속변수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체계적인 사회과학적인 계량분석(Econometric Analysis)을 사용한 것은 북한 연구의 차원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그는 계량 분석을 통해 북한 정권이 세계화를 위한 초기의 도전에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 빈곤의 확산이 수년 내 북한내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또한 미국 정부의 전망과 달리 북한의 경제 자유화 정책이 북한정권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포기를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북한 경제개혁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북정권 붕괴, 대비해야
놀랜드 박사는 북한의 미래를 현상유지, 점진적 변화, 혁명적 동란 등 3가지로 예상하면서 한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북한 정권의 붕괴로 남한에 의한 흡수 통일이 이루어지면 남한은 향후 10년간 6,000억달러 규모의 통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놀랜드 박사의 견해는 제3자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전망하고 파급영향을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급진적인 주장도 내포하고 있다. 대북 포용과정에서 북한 정권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여 경제기반을 강화하고 자원의 동원과 분배 및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하며 국고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바람직한 제안이다.
그러나 놀랜드 박사의 연구는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북 압박으로 평양시장에 중국자본이 급격히 진출하고 북한경제가 중국경제에 예속되어 북한이 붕괴되더라도 남한에 흡수통일도기보다는 또 다른 사회주의 친중정권이 수립될 가능성을 지적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에 대한 국제정치적 분석이 미흡한 경제학자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일의 붕괴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데 있어 사회주의나 후진국 체제의 공통점을 강조하다 보니 북한 내부의 특수성을 따져보는 질적 분석을 소홀히 한 것은 연구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특수성과 보편성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무게 중심의 위치에 대해 좀더 많은 숙고가 필요하다.
지난 1995-98년간 북한 정권이 경제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해있을 때도 북한 조기 붕괴론이 급속히 확산되었으나 이 예측은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았다. 분명히 식량 공급량과 소요량 간에 절대적 격차가 있었으나 이것이 ‘체제 위기'(regime crisis)의 결정적 한계를 넘어 붕괴로 진전되지 않는 특수성은 서구의 정치학과 경제학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북한 체제의 붕괴는 양적인 변수 이외에 유일사상체제의 이완여부,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신뢰, 체제 구성원들의 역사의식, 사회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등 비경제적 변수들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계량 분석 모델링에 전통적인 경제적 변수이외에 사회 문화적 특성과 정치체제를 포함하는 좀더 다양한 질적 변수를 발굴하여 삽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북한 연구를 단선(單線)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고 학제(interdisciplinary)간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예측의 정밀성은 확보하기 곤란하다.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