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김정일의 경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에서 오래 살다온 사람들도 여기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김정일을 경호하는 부대의 존재 여부 자체가 극비사항인 것이다. 그러니 경호원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경호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어떤 무기를 사용하는지, 어떤 형태의 경호를 활용하는지… 등등을 알래야 알 길이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김정일 경호원이었다](이영국 지음 • 시대정신 출판부)는 김일성‧김정일 정권 55년 만에 북한 지도자의 경호 실태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한, 매우 소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황장엽 선생은 “김정일은 자기의 생활상 비밀이 밖에 나가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두려워하였으며, 중앙당의 간부들까지도 경호원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김정일의 생활 내막에 대해서는 당과 국가의 고위 간부들도 잘 모르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김정일의 일상생활을 가장 구체적으로 상세히 밝힌 첫 문헌이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황 선생이 밝힌 바처럼 김정일은 자기 개인생활의 비밀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이는 모든 독재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성이다. 그런데 김정일은 겉과 속이 다른 생활과 비밀엄수의 도(度)에 있어서 시시껄렁한(?) 독재자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이다. 이제 남한에서는 대부분이 알게 되었지만,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에 대한 이야기는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
성혜림에 대해 떠도는 소문을 발설했다가 보위부에 끌려 들어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끝내 탈북한 사람도 있다. 김정일은 성혜림을 구소련에 보내놓고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지 보위부를 시켜 소련 유학생들을 죄다 불러다 “성혜림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김정일과 성혜림의 관계를 비교적 알고 있는 사람들은 처형하고, 그냥 성혜림을 알고 있다는 사람들까지 모두 귀국시켜 정치범 수용소로 보냈다고 한다.
이 같은 김정일의 개인생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김정일 친위대’로 불리는 경호원들이다. 이들 외에는 그 누구도 김정일의 개인생활을 제대로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황장엽 선생의 “이 책은 김정일의 일상생활을 가장 구체적으로 밝힌 첫 문헌”이라는 언급은 이 책에 대해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가장 정확한 평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전체 3부와 부록으로 짜여져 있다. 1부 ‘김정일 친위대원’은 저자의 유년시절과 김정일 친위대원이 되는 과정, 경호원 생활 등을 기술하고 있고, 2부 ‘북한을 새로 알게 되다’는 10년간의 친위대원 생활을 끝내고 고향에서 당 지도원 생활을 하는 동안 북한과 김정일에 대한 허위를 깨닫게 되는 과정, 그리고 실패하는 북한 탈출과정에 대해, 3부 ‘인간 생지옥 요덕 정치범 수용소’는 북한을 탈출하다 체포되어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정치범 수용소 생활을 담고 있으며, 부록 ‘내가 아는 김정일’은 김정일의 특성 등 저자가 직접 보고 들은 체험을 바탕으로 한 저자 나름의 김정일에 대한 분석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김정일 친위대원이라는 극소수의 선택된 인물이었으며, 동시에 정치범이라는 신분으로 북한에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오간 극히 드문 이력을 가진 인물인 것이다.
본문과 부록 모두가 생생하고 귀중한 자료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 무심코 읽을 수 없지만, 특히 베일에 쌓인 김정일의 경호 실태와 김정일의 개인생활, 그리고 저자가 분석한 김정일의 특성 등은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기본 골간인 수령절대주의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나아가 오늘날 북한 사회가 왜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 책에 등장하는 김정일 경호와 관련한 각종 사실관계와 저자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일 외에 다른 분석을 늘어놓는다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독자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가는 것만으로도 김정일의 독재체제에 대해 충분한 현장감을 갖게 될 것이다.
The DailyNK 기획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