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으로 바짝 다가서는 北-베트남

북한과 베트남이 고위급 인사의 상호방문과 경제협력 추진을 통해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가 9일 북한과 ‘투자보호 및 지원에 대한 협정’을 승인해 대북 투자 로드맵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데 이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가까운 시기 방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잉 서기장의 방북에 이어 북한 김영일 내각 총리도 26~28일 중 총리의 초청으로 베트남을 공식 방문하고 팜 쟈 키엠 베트남 부총리가 연말 답방할 예정이어서 조만간 양국 간 ‘경협 로드맵’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베트남 외교부의 레 중 대변인은 지난 5일 김영일 총리의 방문 계획을 전하면서 “이번 김 총리의 방문은 베트남-북한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최근 분위기에 따라 소원했던 양국 관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실 양국은 1950년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래 1967년 무상군사지원 및 경제원조를 체결하고 베트남전 당시에는 김일성 주석과 호치민 주석의 친분을 배경으로 북한이 공군 병력을 파견하고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등 한동안 ‘혈맹관계’을 과시했었다.

그러나 1979년 북한이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을 비난해 양국 관계는 악화됐고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하면서 더욱 멀어졌다.

냉각기에 접어들던 양국 관계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천득렁 베트남 주석이 2001년 7월과 2002년 5월 상호방문하면서 관계를 회복하는 듯 보였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었던 북한으로서는 주요 쌀 생산지인 베트남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경협을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시적인 해빙 무드는 2004년 7월 468명에 달하는 탈북자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송되면서 또 다시 타격을 받았다.

당시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은 베트남이 탈북자 집단 한국행에 공모한 것을 간과할 수 없다며 “저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라면 국가 사이의 초보적인 의리와 도덕마저 저버리는 신의 없는 행동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했다”고 맹비난했다.

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2005년 11월23일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서울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측이 베트남처럼 가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 “이런 불순한 언동들은 우리의 신의와 선의에 대한 배신”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베트남의 대북 투자는 전무한 실정이며 북한의 베트남 투자는 1996년 이후 단 2건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전략을 펴고 있는 베트남 정부는 계속된 ‘악재’ 속에서 북한과 관계개선의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최근 북핵 문제가 해결 가닥을 잡고 북한이 대외 관계개선에 나서자 적극적으로 대북 경협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외교부는 지난달 6일에는 “8월 수해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북한에 5만달러 상당의 지원물자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으로서도 몇 안 되는 사회주의 국가이자 전통적인 우방인 베트남과 우선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데 거부감이 적어 향후 양국 간 경제협력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실리를 앞세운 양국의 경협 확대는 또한 향후 북한의 개방을 예견할 수 있는 방향타 구실도 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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