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위, 쌀 지원.열차시험운행 합의하나

오는 18∼21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제13차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대북 쌀 지원 및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 일정 확정 여부다.

북한의 `2.13합의’ 이행이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경협위 연기론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정부는 예정된 회담을 남측이 연기한 전례가 없던데다 2.13합의 이행 차질의 책임이 반드시 북한에만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예정대로 회담에 임하기로 했다.

2.13합의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담은 남북관계의 현실적 고리 역할을 해 온 쌀 지원 문제와 작년에 우여곡절 끝에 이행되지 못한 열차시험운행이 논의된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를 가늠할 중요한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 경협위 개최 배경 = 정부가 경협위를 예정대로 열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우선 남북 간에 이미 합의된 회담이라는 점이 꼽힌다.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이 수 차례에 걸쳐 “남북 간에 합의된 사항은 이행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를 이유로 회담을 미루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또 남측에서 합의된 회담을 어떤 이유에서건 먼저 미루자고 제안한 전례도 없었다는 점과 경협위 회담을 연기한다면 어렵게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는 남북관계가 곧바로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금의 `2.13합의’ 지연 상황이 반드시 북측의 책임으로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회담에 참여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북측 입장에서 보면 “BDA에 동결된 약 2천500만 달러의 자금을 베이징의 중국은행 내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보낸다”는 지난달 19일 미 재무부의 발표가 이유야 어찌됐든 현실화되지 않으면서 합의 이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 쌀 지원 합의키로 방침 = 북한의 2.13합의 이행이 늦어지면서 논란이 됐던 대북 쌀 차관 제공에 대해서는 일단 지원에 합의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회담 전망에 대해 “성공적으로 가리라 기대하고 있다”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회담에서 잘 논의가 이뤄지리라고 본다”는 등의 낙관적 견해를 내비쳤다.

쌀 지원에 합의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회담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 장관의 발언은 쌀을 예정대로 지원할 가능성을 높게 보게 만든다.

하지만 정부는 쌀 지원에 합의하더라도 북한의 2.13합의 이행이 없으면 국민 여론상 실제 지원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속한 합의 이행을 북측에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경협위 합의문에 쌀 지원을 유보할 수 있는 일종의 조건을 담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경협위에서 쌀 40만t 지원에 합의한다 해도 실제 지원은 일러야 5월 말은 돼야 가능하다.

물론 북한의 2.13합의 이행 의지가 꺾인다거나 하는 추가 상황이 벌어지면 정부의 대북 쌀 지원 방침은 재고될 수 있다.

정부가 이처럼 대북 쌀 지원 방침을 굳힌 것은 북한의 2.13합의 이행 의지가 여전해 합의의 틀이 유지되고 있으며 쌀 지원에 합의하지 않으면 5월 초 예정된 이산가족상봉행사를 비롯한 남북 행사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 고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2.13합의 이행의 가시적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쌀 지원에 합의한다면 `북핵문제는 꽉 막혀있는데 정부는 주려고만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 열차시험운행 일정 정해질까 = 쌀 지원 문제와 함께 중점적으로 논의될 의제는 작년에 날짜까지 합의했다 북측의 갑작스런 연기 통보로 무산됐던 열차시험운행 일정에 다시 합의할 지 여부다.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 구체적인 일정에 합의해야 지난 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된 상반기 내 열차시험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열차 시험운행은 작년 6월 제12차 회의에서 합의된 `경공업-지하자원 협력’과도 맞물려 있다.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은 우리측이 의류, 신발, 비누 등 3대 경공업 품목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8천만달러 어치를 유상 제공하면 북측이 지하자원과 지하자원개발권, 생산물처분권 등으로 상환하는 사업인데 열차 시험운행이 합의서 발효의 조건으로 돼 있다.

열차 시험운행 일정이 확정된다면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의 착수 시점과 구체적 이행 방안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개성공단사업과 관련, 이르면 이달 말 이뤄질 추가 분양과 통행.통관 절차 간소화, 근로자 숙소 신축 문제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는 임진강 수해방지와 한강하구 골재채취사업 등 합의해 놓고도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업들의 조속한 이행 방안도 협의할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는 식량차관 문제와 열차시험운행 등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않는 사안들에 대해 집중 논의하며 특별한 새 의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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