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사무소 요원 철수 전문가 반응

북한이 개성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에 상주하는 남측 당국 요원들의 철수를 요구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더불어 남북관계에서 일종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특히 북측의 이번 조치는 인권 및 북핵 문제와 관련한 대내외적 압박에 대한 초기 대응이며 앞으로 현안별로 단계적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또 북측이 이명박 정부 하에 남북관계가 불안해질 것이란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임박한 남측의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기에 남 측이 북 측의 이번 요구에 두말없이 요원들을 철수시킨 데서 보듯 새 정부가 지금까지 북측의 의도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신호를 명백히 보내고 있는 만큼 당분간 남북관계의 경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가안보전력연구소 김성배 박사 = 기본적으로 초기 기선제압 차원에서 나온 정책으로 본다. 24일 처음 철수를 요청한 것으로 볼때 어제 통일부 보고나 대통령 반응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그야말로 김하중 장관의 간담회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확대 안 한다’ 하니까 `경협사무소 불필요한 것 아니냐’ 이렇게 나온 것이고, 앞으로도 이처럼 현안별, 이슈별로 단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납북자 송환 요구에 대응한 7월 준공예정인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준공 연기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쎄게 나온다면 남측이 참여하는 6자회담 불참 등의 조치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조치는 아직 이명박 정부 자체에 대한 공개적 비난은 없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다음달 한미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본다.

추가로 이번 북한의 조치는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임박한 남측 총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려는 대남 심리전의 목적도 있을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박사 = 총선 국면에서 북측의 의지를 보여줘 남측의 반응을 떠보려는 고도로 계산된 행동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 과정에서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세력들에게 힘을 보태주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북측은 중국 공산당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을 개성공단으로 초청하는 등 대외적으로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선전하기도 했는데 이런 중요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할 수 있다는 호기를 부린 측면도 있다.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은 것은 그에 대한 북측의 경고이며 남측 당국의 반응을 떠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측의 요구를 수용해 요원들을 신속히 철수하는 등 북측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 때문에 당분간 기싸움이 예상되며 남북관계 숨고르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언론이나 외무성 대변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자신의 불만을 표출해 왔지만 구체적으로 우리 정부에 대해 액션을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기들 나름대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책의 방향, 즉 자기 나름대로 압박을 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으로 정리된 것 같다.그동안 관망하던 자세에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구체적 행동을 취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 아닌가 한다.

정부가 `北인권특별보고관 임무연장결의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핵 해결을 촉구하는 등 북한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단계별로 압박을 강화할 수도 있겠지만 전면적인 남북 교류 중단 등 극단적인 조치는 한미정상회담까지는 취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들의 입장을 이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표출하면서 한미정상회담의 결과가 북측의 입장에서 보다 긍적적으로 도출되기를 기대한 것일 수도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다음달 한미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풀어나가려고 한다면 정상회담 등 대외관계에 있어 대화의 톤을 조절해 북한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문제가 된 김하중 장관의 발언도 `북핵 해결되는 상황에 따라 개성공단 확대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표현해도 될 것을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표현한 측면이 있다. 공개된 발언이나 공식 석상에서의 발언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하면서도 충분히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게 바로 실용주의가 아닌가 생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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