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사무소는 ‘작은 통일정부 청사’?

“어이, 어디 갔었어?”
“아, 2층 회의실 좀 점검하느라….”

“이 사람,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바쁜 척은….”
“허허….”

마치 어느 회사원들의 대화 내용처럼 들리지만 이는 28일 개성공단에 문을 연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에서 남북 당국자끼리 나눈 대화다.

이들은 개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친해졌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당국자들이 한 건물에 상주하게 되면서 이처럼 의미 있는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경협사무소 분위기는 흡사 `작은 통일정부 청사’ 같다는 느낌마저 준다.

사무실 여기저기서 남북 당국자 간에 귀엣말을 나누거나 파안대소하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취재진이 가까이 가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서로 엉덩이를 밀치며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가슴의 김일성 배지와 태극기 배지가 없다면 소속을 구분키 어려울 정도였다.

마치 영화 `JSA’에서 보여준 게 음지의 우정이라면 그것이 양지로 나온 게 아니냐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경협사무소에서는 남의 눈을 피해 접촉하지도 숨어서 초코파이를 먹지도 않는다.

모두 3층인 경협사무소 건물에서 남측은 2층을, 북측은 3층을 쓴다. 하지만 2층과 3층 사이에는 어떤 경계도, 경계병도 없다. 양측 당국자들은 서로 비슷한 양복을 입고 수시로 계단을 오르내려 눈길을 끌었다.

현대적 인테리어도 양 층이 똑같다. 와이드TV, 에어컨, 복사기 등 최신 제품이 동일하게 비치돼 있고 소장실이나 사무실 배치도 비슷하다.

이 곳에서 근무를 시작한 남북한 당국자들은 `기러기 아빠’ 신세에 처했다. 우리측 황부기 소장을 포함, 14명의 상주인원은 사무소 옆에 지은 숙소에서 숙식한다.

구내식당과 세탁서비스가 있지만 외로움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황 소장은 “요원들이 주말에 한번씩은 남측으로 들어가 가족과 회포를 풀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12명은 주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소속인데, 공단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자남산여관에서 기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도 `기러기 아빠’인 셈이다.

전성근 북측 소장은 `장기적으로 당국자들의 가족을 개성으로 이주시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편의를 봐가면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개성=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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