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일관했던 북한이 최근 미국, 한국 등에 적극적인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 지난달 최룡해 특사 파견으로 국면 전환을 노린 김정은이 의도대로 되지 않자, 지난 6일 남북대화를 전격 제의했지만 격(格) 문제로 무산됐다. 무산된 지 5일 만에 불쑥 미국에 대화를 제의했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전략과 전술이 아니라 김정은의 지도력 미숙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발간된 여름호 ‘시대정신(발행인 김세중)’에 실린 논문 ‘김정은 시대의 북한정세와 북한의 대내외 전략’에서 김정은이 정치경험이 미천하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으로 미숙함을 드러내며 우왕좌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북중 경제관계 개선에 염두에 두고 최근 ‘경제·핵 병진노선’을 추구하고 있지만 북한 사회의 전반적인 부패와 김정은의 미숙함 때문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의 경우 지도자의 ‘독단적 결단’이 매우 중요한데 김정은의 경우 정치경험이 별로 없고 인내력과 끈기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이어 김정은이 ▲스스로의 지위 안정화 ▲핵무기 개발 ▲북중 경제관계 발전 ▲한국과의 긴장관계 유지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지는 북한 정권과)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더라도 국민의식, 국가정책, 군사력 등에서 전면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시대정신 여름호에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대중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논문도 게재됐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논문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비한 중국의 외교·군사전략’에서 “한반도 위기사태 발생 시 중국의 무력개입을 당연시하는 등의 고정관념을 떨쳐내야 한다”면서 중국을 잠재적인 적으로 처음부터 규정짓기보다는 협조세력 내지 지지세력이 되도록 긍정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특집좌담’에서 “(중국 대북정책의 제1목표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변화하는 것인 만큼) 전쟁 상황이 된다면 중국이 남한을 중심으로 한 통일을 지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이 중국의 ‘핵심이익지역’이 아니라는 점 ▲중국은 자신보다 군사·기술적으로 우세인 미국과는 군사적 충돌을 피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중국의 대규모 군사적 참전 가능성은 50%가 채 안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