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미숙 李통일 “쌀지원은 5월 하순께”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 ‘이면합의’ 논란과 함께 ‘경험미숙’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대북 쌀지원 재개 시점에 대해 ‘5월 하순’쯤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남북장관급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쌀 40만t, 비료 30만t 합의’ 발언으로 ‘이면 합의’ 논란을 일으켰던 이 장관은 5일 CBS 라디오에 출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대북) 지원문제는 6자회담의 진전 상황이나 남북대화나 남북관계의 진전, 그리고 이게 (국민의) 세금으로 나가기 때문에 국민들의 이해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이런 여러 가지 면을 생각한다면 역시 적정시기는 5월 하순쯤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은 2일 합의한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에서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를 4월18~21일까지 평양에서 개최해 제반 경제협력문제들을 협의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는 ‘2·13 베이징합의’에 따라 6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할 북한의 초기단계 이행조치 기간인 4월13일까지 지켜본 이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13차 경추위 논의를 거쳐 지원 시기와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장관이 장관급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쌀 40만t과 비료 30만t에 합의했다’고 말했다가 바로 말을 바꿔 ‘합의가 아니라 북한이 요구해온 수치가 그정도’라고 번복한 바 있어 일단 이 정도 지원 규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원 시기에 대해서도 주무 장관인 이 장관이 ‘5월 하순’을 제시해 13차 경추위에서는 대북 쌀 지원 규모와 시기를 확인하고 차관합의서에 서명하는 정도의 형식 절차를 밟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비료의 경우 파종 시기에 맞춰 곧 지원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비료의 경우 무상지원이기 때문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전화통지문만 오면 언제든지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년의 경우 비료 지원을 봄과 가을에 각각 나눠 지원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30만 톤을 한꺼번에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면 합의’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이번 장관급회담 ‘이면 합의’ 논란은 이 장관이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상 연초에 열리는 장관급회담에서는 해마다 북한이 쌀‧비료 지원을 요청해 와 의견 교환이 이뤄졌고, 공감대가 이뤄졌다 해도 공동보도문에서 적시한 경우는 없었다.

실제 작년 4월 18차 회담 공동보도문에는 비료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 명기가 없었지만, 이종석 당시 통일부 장관은 종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측에) 비료 20만t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당시엔 ‘이면합의’ 논란은 없었다.

때문에 정부가 북한의 긍정적 태도를 끌어내기 위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쌀과 비료 지원을 활용해 온 점을 감안하면 장관급회담에서 이에 대한 언질 없이 협상을 벌인다는 것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이 장관이 처음 언급한 대로 쌀 지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수준이 아닌 진짜 ‘합의’에 이르렀다면 문제는 다르다. 이는 쌀과 비료 지원은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이를 ‘합의’하고 왔다면 명백한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이 장관은 ‘쌀·비료 지원 규모 합의’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일 수도 있지만 ‘경험 미숙’이라는 지적은 이래저래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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