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유북한방송 테러협박 또 쉬쉬

▲ 지난 2004년 발생한 황장엽 테러위협 사건

12일 발생한 자유북한방송 테러위협 사건과 관련 경찰이 방송국 측에 협박 문구가 적힌 유인물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일 오전 3시경 서울 양천구 신정 7동에 위치한 자유북한방송국 옛 사무실 앞에 과도가 꽂혀있는 인형과 협박장이 발견됐다. 칼이 꽂힌 자리에는 붉은 색 액체로 핏자국을 만들어 놓았고, 인형이 담겨 있던 플라스틱 통 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을 향한 협박문이 담긴 유인물 2장이 놓여있었다.

자유북한방송 관계자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담당 형사가 13일 오후 증거물인 인형과 유인물을 가져온다고 했지만, 결정이 번복 되어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전해왔다”고 했다. 이 사건과 관련 자유북한방송 측은 사무실에서 간단한 조사만 받은 상태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인 우리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알아야 하는 데도 쉬쉬하고 있다”면서 “경찰 측에서 사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몇 년간 발생한 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한 테러위협 사건에서 범인이 검거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사건을 맡고 있는 양천경찰서 담당 형사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우편물도 아니고, 직접 옮긴 것인 만큼 수사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탐문수사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척시킬 예정”이라면서도 구체적 답변은 회피했다.

공개되지 않은 A4용지 반장 분량의 유인물 2장에는 <자유북한방송> 명예위원장인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목해 “김영삼이가 계속 망발을 한다면 상자 속의 인형처럼 될 것임을 경고한다”는 요지의 글귀가 두 줄 씌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열린 민주주의이념연구회 창립대회에서 “김정일 정권은 총칼을 앞세워 주민을 억압하고 광신적인 세뇌로 체제를 유지하는 폭력집단”이라며 “김정일 정권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고 이런 깡패집단에게 개혁과 개방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정치범수용소 참상을 다룬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관람한 이후에도 “북한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혹독한 독재국가이며 김정일이 제거되기 전에는 한반도 내에 참된 평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하는 등 김정일 체제에 대한 공개적 비판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편, <자유북한방송> 측은 그동안 이러한 위협과 협박은 계속 되어 왔었다며 그간의 위협 사례를 공개했다. 방송국은 또 이번 위협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은 북한 당국의 사주로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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