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이 뭇매 맞는 나라도 나라인가?

종로경찰서장이 광화문에서 시위대에게 뭇매를 맞았다. 얼굴을 맞고 계급장을 떼이고… 불법이 공권력을 때려눕힌 사태다. 사소한 일인가? 엄중한 사태다. 이명박 정권의 현주소,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어디인지를 한 컷으로 말해준 상징이다.


경찰서장이 린치를 당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혁명적 멘탈리티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혁명적 멘탈리티란 무엇인가? 기존의 국가권력과 통치권을 다투는 또 하나의 권력이 있다는 것, 그 권력이 스스로 법통(法統)임을 자처하면서 국가권력을 오히려 반(反)법통으로 규정해서 치죄(治罪)하려는 의식상황을 말한다.


혁명적 의식상황을 입증하는 방증은 폭력시위대가 경찰서장을 향해 ‘매국노라고 부른 데에 잘 나타나 있다. ‘매국노’는 대역죄인이라는 뜻이다. 국가 자체에 반역한, 따라서 멸(滅)의 대상이란 뜻이다. 자기들이 국가급(級)이고 경찰서장이 반국가라는 뜻이다. 세상이 거꾸로 선 모양새다. 그날의 한미 FTA 반대시위의 핵심에 있는 일부 의식상황은 이처럼, 단순한 정책비판이 아닌, 기존국가 자체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멘탈리티에 뿌리박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기존국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당국자들은 이런 사태를 그저 한 ‘사건 사고’로 보는 인식에만 머물러 있을 작정인가? 경찰은 물론 ‘엄중수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 국가는 이 사태의 성격규정부터 정확하게 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이런 본질적 인식 능력에서는 맹물이다. MB도 그렇고 행안부장관 맹형규도 그렇다. 이 같은 사태가 의미론적으로 어떤 엄중성을 갖는 것인가에 대해 도무지 인식과 개념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다.


합법의 룰을 지키며 평화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고, 국가는 그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테러범들이 “내가 공권력 아닌 매국노를 내 법에 따라 응징 하겠다”고 하는 정도에 이르러서는 국가는 법이 보장하는 모든 힘을 발동해 그것을 제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국가는 국가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가인가 국가가 아닌가? 이명박 정권의 분명한 답변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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