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북한 꽃 달력에 김일성화·김정일화가 없다?

先代 생일 있는 2, 4월에 이례적 일반 장미 사진 삽입...소식통 "외부 시선 신경 쓰는 듯"

북한 달력
김일성(4월 15일)과 김정일(2월 16일)의 생일이 있는 달에 김정일화 김일성화가 아닌 장미꽃 사진이 삽입됐다. /사진=데일리NK

북한 출판물수출입사가 경자년 새해를 맞아 출판한 꽃 사진 달력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이 있는 달에 의례적으로 담아왔던 김일성화, 김정일화 대신 다른 꽃 사진을 삽입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상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북한이 김 씨 일가 우상화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데일리NK는 앞서 북한 출판물수출입사가 제작한 올해 꽃 사진 달력을 입수했다. 이 달력에서는 예년과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김 씨 일가의 생일이 있는 2월(2월 16일 김정일 생일)과 4월(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우상화 관련 꽃 사진이 아닌 일반적인 꽃 사진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북한 출판사들은 꽃 달력을 제작할 때 김정일의 생일이 있는 2월에는 김정일화를, 김일성의 생일이 있는 4월에는 김일성화를 싣지만, 올해는 수십 년간 이어져왔던 틀을 깨는 모습이어서 내부 주민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해(2019년) 북한 꽃 달력. 김정일화, 김일성화가 삽입되어 있다. /사진=데일리NK

통상 북한은 최대 명절인 김 씨 일가의 생일이 있는 달에 관련 사진을 삽입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양상은 주민들의 궁금증을 충분히 이끌어 낼 만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꽃 달력이면 2월과 4월에 김정일화, 김일성화 혹은 백두산 만병초 등을 싣곤 했었는데 올해 달력에선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면서 “특히 2월에는 사랑을 고백할 때 주는 연분홍 장미꽃을 싣고 영어로 ‘프로포즈’라고 써서 더 놀랍다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작 회사가) 체제 선전보다는 실제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꽃을 삽입하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부 세력들의 (우상화) 지적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도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 외국문출판사에서 제작한 꽃 달력에도 2월은 김정일화 사진이 삽입됐고, 4월에는 김일성화 사진이 실렸다. 북한 전체 출판사에서 제작·발행하는 풍경화 달력에서도 2월에는 백두산을, 4월에는 만경대 풍경을 실어 김씨 일가와 연관된 특별한 달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본보가 올해 입수한 2020년 새해 꽃 달력에서는 우상화와 연관시켜볼 수 있는 사진이 없는 것은 물론, 이례적으로 ‘마운트 샤스타’, ‘아사구모’, ‘프로포즈’ 등 여러 품종의 장미 이름도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달력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는 조총련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김씨 일가에 선물한 장미 60여 종을 비롯해 총 200여 종이 재배되고 있다. 특히 달력은 “붉은 장미는 사랑과 생일, 결혼과 사업에서의 성과를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흰 장미는 순결하고 깨끗한 마음과 경건한 추모의 감정을 표시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밖에 새해 북한 달력에서는 예년과 달리 매 장마다 ‘2020년’을 별도로 표시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한편, 올해 북한 달력에서 빨갛게 표기된 공휴일은 지난해보다 하루 적은 66일로 확인됐다. 김정일 생일과 정월대보름 등 국가명절과 민속명절이 일요일과 겹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엔 빨간날로 표기되지 않았던 어머니날(11.16)이 올해엔 휴일로 재지정됐다.

이처럼 북한의 공식 휴일은 66일이지만, 매년 양력설과 음력설은 3일간 쉬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공휴일은 달력에 표기된 날보다 나흘 더 많은 70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