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인원 철수 배경과 의미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 경수로(신포경수로)에 남아있던 유지.보수 인력이 8일 전원 철수하면서 그 배경과 앞으로 신포경수로를 둘러싸고 전개될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금호사무소(KOK) 소속 미국인 1명을 포함한 KEDO 대표 5명과 시공단 관리인력, 시설유지 관리업체 직원 등 잔류 인원 57명이 이날 한국측 선박을 이용해 철수함으로써 현장에 남측이나 KEDO측 인원은 한 명도 남지 않게됐다.

이번 잔류 인력 철수가 사실상 신포경수로 사업이 종료됐음을 의미한다는데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신포경수로 사업은 실제로 지난 해 7월12일 우리 정부의 200만kw 대북 송전계획발표로 종료가 예견됐고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등 KEDO 이사국들이 그해 11월 이사회를 통해 종결하기로 사실상 합의함으로써 기정사실화됐다.

우리 정부의 대북송전계획 자체가 신포경수로 사업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미국. 일본의 주장과 북측의 경수로 사업에 대한 집착을 감안해 마련된 절충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포경수로 사업의 종료는 송전계획이 나온 순간 이미 결정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전력지원을 남의 도움없이 독자적으로 할 것이라는, 고육책일 수도 있는 당근까지 제시했다.

주목할 대목은 북측 역시 잔류 인력 철수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통일부는 최근 “지난 해 12월 7∼8일 KEDO 대표단이 방북, 북측에 KEDO 집행이사회의 공식결정은 없었지만 사실상 종료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통보했으며 북측은 이에 대해 사업이 종료되면 케도 인력이 잔류하는 것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측이 오히려 철수를 먼저 공식 제안함으로써 사실상 잔류 인력들을 `추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관계자는 “이번 인력 철수는 사업이 종료되면 인력이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북측의 입장과 KEDO측 입장이 맞아 떨어져 이뤄진 것”이라고 밝혀 `추방’ 가능성을 부인했다.

북측의 잔류 인력 불필요성 언급이 사업 종료에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 것인 지, 아니면 KEDO측의 입장을 수용해 이뤄진 것인 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번 인력의 와전 철수를 계기로 북측 역시 신포경수로 사업이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종결됐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북측이 인력 철수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해서 신포경수로 문제가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 북측에 남아있는 기자재와 전체 공정률이 34.54%에 이르는 신포경수로 시설물에 대한 처리 방안은 물론 사업청산에 따르는 비용과 비용분담 문제 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KEDO는 신포경수로 시설물이 KEDO의 자산으로 남아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북한은 현재 신포경수로 부지는 물론 경수로 시설물을 북측 자산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이 같은 입장이 관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해 11월28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가진 문답에서 “결국 미국은 조.미 기본합의문을 완전히 파괴해 버리고 우리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쳤다”며 “우리는 경수로 건설이 완전히 중단된 조건에서 미국에 기본합의문을 완전히 까뒤집어 엎은 책임을 묻고 정치.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후 북한이 어떤 구체적인 보상안을 제시했는 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KEDO 이사국들은 현재 북한이 제기할 수 있는 보상과 관련한 경우의 수들을 포함, 청산에 따르는 재정적.법률적 문제를 놓고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측이 청산과정에서 경수로건설 지원 때처럼 큰 부담을 지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럴 경우 대북송전 비용에 더해 총 1억5천만∼2억달러로 추산되는 청산비용 가운데 과반 이상을 떠맡게 되며 이 비용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경수로 건설비용은 KEDO 이사국이 분담해왔으며 우리측이 70%, 일본이 22%, 나머지를 EU가 부담했다. 미국은 부족분이 생길 경우 그 처리를 담당하기로 하고 대신 중유를 제공해왔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경수로 건설에 투입된 15억6천20만달러 가운데 우리가 11억3천700만달러, 일본이 4억700만달러를 부담했다.

청산비용 뿐만 아니라 청산절차도 중요한 협의 대상이다. 경수로 건설에 무려 66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고 관련 계약만 114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경수로기획단 관계자는 “청산비용 못지않게 청산절차도 중요하다”며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이사국들이 합작해 모든 방안을 아우르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합의가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 “아무리 늦어도 올 상반기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포경수로 사업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북핵 6자회담과의 연계성이다. 남북한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6개국은 지난 해 9.19 공동성명에 대북송전 문제를 명시함으로써 신포경수로 사업의 종료를 예고했다.

문제는 같은 성명에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고 명문화함으로써 신포경수로의 추후 재활용 가능성 여부에 여전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우리 정부와 6자회담 나머지 참가국들은 아직 신포경수로의 재활용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북핵 폐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그 첫째 이유다. 북한 역시 당장은 신포경수로에 큰 미련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력철수를 북측이 제안 또는 합의했다는 점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결국 신포경수로가 기존에 투입된 비용만 고려하더라도 버리기 아까운 카드임에는 분명하지만 북핵 폐기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재활용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기 힘들어 보인다.

신포경수로 사업 종료로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로 탄생한 KEDO의 미래도 주목된다. KEDO를 존치해 동북아 에너지 관련 기구로 격상시켜 보자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모습은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EDO가 해체되든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하든 신포경수로 사업 청산문제로 1∼2년 동안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