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ㆍHEU 여전한 6자회담 암초

“9.19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정상(頂上)으로 출발하기 앞서 단지 입구 진입을 의미할 뿐이다”

9월19일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와 원칙을 담은 공동성명에 6개국이 극적으로 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의 이 같은 진단은 9일부터 시작되는 제5차 6자회담이 여전히 가시밭길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바탕으로 공동성명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실천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그동안 북미 간에 벌어졌던 공방에 비춰 협상과정에 적잖은 우여곡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에 새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언제 논의할 지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 유무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경수로 문제는 9.19 합의 직후부터 장외 공방의 초점이 된 난제 중 난제다.

공방의 초점은 공동성명 1항 가운데 “여타 당사국들은 적절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하는 데 동의했다”는 대목 가운데 ‘적절한 시기’에 모아지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공동성명 발표 하루 뒤인 9월20일 “경수로를 제공하는 즉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담보협정을 체결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수로를 받아야 NPT에 복귀하겠다는 논리인 셈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은 현존하지 않고 멀리 있는 문제라며 모든 핵이 폐기된 뒤에야 경수로 얘기를 꺼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맞서 있는 상태다.

대승적 판단에 따라 경수로 문제를 공동성명에 언급하는 데 동의한 미국으로서는 핵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폐기과정에 들어간 것을 보고 나서야 북한을 신뢰할 수 있다는 논리인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미국이 생각하는 적절한 시기는 NPT 복귀 이후이다. 우리도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권과 맞물린 경수로는 NPT 복귀 후에 가질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춰 이행계획을 짜다 보면 경수로 논의 시점을 놓고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의 HEU 프로그램 존재 유무도 4차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 합의를 위해 잠시 우회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한 폭발력을 갖고 있다.

실제 공동성명에는 이 문제가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원인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HEU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빠져 있다.

미국은 있다고 하고 북한은 없다고 맞서고 있기에 공동성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이라고 명시해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했기 때문이다. 북미 모두에게 해석의 여지를 준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HEU 문제를 비켜가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포기 대상에 해당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가리는 과정에서 미국이 HEU 프로그램 문제를 짚고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대사는 지난 달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는 데, 없는 것을 어떻게 하느냐”며 “구체적인 증거를 대면 해명해 주겠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혀, 이번 협상에서도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폐기와 관련,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에서 하나의 허점으로 지적됐던 제네바합의 이전의 과거 핵활동에 대한 검증도 쟁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달 31일 제5차 회담에 대해 “이행계획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방향과 전체적 윤곽에서는 각국이 상당히 유사한 부분들이 있지만 세부적인 조치로 연결시키는 데서는 조율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공동성명 합의 때처럼 미국의 ‘유연성’과 북한의 ‘실리주의’가 5차 6자회담에서도 다시 힘을 발휘, 험난한 등산로를 거슬러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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