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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룰’을 두고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간의 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중재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 측은 거듭 ‘원칙’을 강조하며 거부하고 있고, 이 전 시장 측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당내외의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양보는 죽음’이라는 필살기로 무장하고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8일 박 전 대표는 직접 이 전 시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노골적인 비유까지 동원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 전 대표는 “원칙을 걸레처럼 만들어 놓으면 누가 그것을 지키겠느냐”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당의 뜻을 따르겠다고 이 전 시장이 여러 차례 얘기했다. 그런데 경기하다가 선수가 이것 바꿔달라 저것 바꿔달라 혹은 내 마음에 안 든다 이러는 게 어디 있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이 전 시장 측은 국민 참여 폭 확대를 거듭 주장하면서 당 지도부의 중재안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송태영 공보특보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이 대표 시절에 갖고 있던 기득권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며 “원칙도 좋은 게 있고 나쁜 게 있으며, 원칙은 시대적 상황에 맞게 국민을 많이 참여시키는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지도부의 중재안에 대한 입장에서도 양측은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중재에 나선 강재섭, 김형오(5개 중재안, 전국위원회 표결) 등 당 지도부의 안에도 부정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미 원칙이 합의된 만큼 지도부는 새로운 안을 내놓기 보다는 기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가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마저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선수가 심판까지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시장 측 진수희 의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의 중재 노력까지도 압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탈당까지 염두에 두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경선 룰에 대해) ‘세번 양보했다’식의 발언은 공당을 사당으로 생각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빅2, ‘중심모임’ 경선룰 중재안 두고 엇갈린 반응 보여
당 지도부는 곤혹스런 모습이 역력하다. 자칫 ‘경선 룰’에 대한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그놈이 그놈이네’라는 식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8일 “대선 경선 룰은 선수나 심판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원이 정하는 것”며 “국민들이 보기에 지루한 싸움을 하루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당헌 개정 권한을 가진 전국위원회가 빨리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권영세∙임태희 의원 등이 주축인 ‘당이 중심이 되는 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 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는 것”이라며 “국민 참여에 한해 부재자 투표(우편 투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중심모임은 “빅2간 여론조사 공방은 투표율을 계산해 유불리를 미리 따지는 ‘산수’에 불과하다”며 “강 대표가 중재안 마련하고 있는 만큼 여러 아이디어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표에게 별도로 제시할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