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탈북자 “남한말 학교 세워주세요”

“의사소통 자체가 힘들기도 하고 주위에서 북한 사투리를 자꾸 놀려 일정기간 남한말을 배울 수 있는 언어학교가 세워지면 좋겠습니다.”

18일 경기도 내 북한이탈주민(탈북자)과 경기도지사, 경제투자실장, 문화관광국장, 가족여성정책국장 등 관련부서 실국장이 한자리에 모여 이들이 귀화한 뒤 겪는 어려움을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북한이탈주민 8명은 그동안 속에 담아놨던 생각이 많은 듯 터진 봇물처럼 말을 이어갔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북한과 남한 사이의 표현 차이로 인한 언어소통을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았다.

부천에 사는 박모씨는 “말 자체도 안 통하고 다들 영어를 많이 써서 회사에서 일하기가 어렵다”며 “예를 들면 북에서는 컵을 ‘고뿌’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다들 ‘컵’이라고 하니 한번에 못 알아듣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박모(여)씨도 ‘언어 차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으면서 “북한 사투리를 쓰다 보니 주위에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언어학교 같은 곳을 만들어 일정 기간 언어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특히 탈북 청소년들이 언어 등의 문제로 학업능력이 뒤처져 졸업 이후 취직이 힘들고, 이로 인해 다시 경제적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도가 앞장서 이러한 고리를 끊을 수 있게 지원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탈북청소년학교 교사 고모(여)씨는 “일반적으로 북한 출신 학생들의 학습수준은 남한 학생의 50% 수준에 불과해 이들이 대학진학이나 취업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들이 사전에 기초적인 과목을 공부할 수 있는 기관이나 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년 전 군 복무 중 휴전선을 넘어왔다는 한 남성은 “남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어학연수까지 다녀왔지만 아직 취직을 못했다”며 “이력서 200건을 낸 끝에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난 400건을 냈는데도 매번 탈북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이밖에 의료비와 생계비 지원, 자녀 보육문제 등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김문수 지사는 “성인의 경우 도립기술학교에 새터민을 위한 별도 과정을 신설, 취직에 필요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언어교육과 청소년 학습 지원 문제도 담당 부서와 논의해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김 지사는 “다들 힘들겠지만 고통과 눈물 속에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고 길을 찾으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며 “도에서도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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