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 못본 金통일 `경계인 행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진보.보수 진영의 첨예한 입장차 속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온 김하중 통일장관이 결국 19일 발표된 개각 대상에 포함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작년 보수적 대북관의 남주홍 내정자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낙마하는 곡절이 있은 후 통일장관으로 발탁된 김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 주중대사 등을 거치며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중심에 있었던 경력을 `자산’으로 활용하려 했다.

과거 정부 핵심인사였다는 것이 짐일 수 있었지만 김 장관은 오히려 과거 경력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국내 진보 진영을 포용하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시종 반발하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 들이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설정, 돌파구를 열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각종 발언을 할 때마다 상대적으로 유화적이고 대화 지향적인 목소리를 많이 냈던 것은 좌우를 아우르고 북한을 끌어내기 위한 `경계인’의 행보로 읽혀졌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호응하지 않음에 따라 김 장관의 경계인 행보는 보수.진보 양측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했다. 대북 원칙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묻혀 남북관계를 푸는데 방점이 찍힌 김 장관 발언은 큰 주목을 끌지 못했고 북한으로부터도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다.

또 나름의 ‘대북카드’가 있었지만 이 대통령과 외교안보 참모진의 전반적인 대북 원칙 고수 기류 속에 이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통일장관 교체 가능성은 지난 해 12월31일 통일.외교.국방부 합동 업무보고를 계기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통일부는 2009년을 남북관계 전환의 해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대화 재개를 강조한 업무보고를 했지만 이 대통령으로부터 `중장기 대북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통일부의 보고가 북한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 원칙을 견지하며 기다리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청와대의 기류와 `엇박자’였다는 세간의 지적은 이 대통령이 `코드인사’인 현인택 교수로 장관을 교체한 배경과 큰 틀에서 관계가 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김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부각됐을 때 일체의 관련 언급을 삼가하는 등 시종 신중한 대북 언행을 보임으로써 남북관계 상황 관리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 대북 삐라 살포 문제 등 찬반 여론이 엇갈리는 사안에서 김 장관이 이끄는 통일부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 가면서 남남갈등의 확산을 막아냈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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