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 낮은 조평통 대변인 ‘대화 거부’ 北 속내는?

북한은 14일 정부의 대화 제의를 “여론 오도용 술책”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한반도 위기상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하루 앞둔 이날 북한이 대화 거부 입장을 밝힘에 따라 당분간 남북 간 긴장국면이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이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을 내세워 “북침핵전쟁 연습과 동족대결모략책동에 매달려온 자들이 사죄나 책임에 대한 말 한마디 없이 대화를 운운한 것은 너무도 철면피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한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의 ‘대화 제의’에 현 사태에 대한 사죄나 책임은 없이 ‘도발’, ‘핵 포기’ , ‘악순환의 반복’ 등의 언급이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도 했다.


이 같은 북한의 첫 반응에 정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대화 거부’를 운운한 당사자가 조평통 대변인이고, 형식도 성명이 아닌 기자와의 문답이라는 점에서다.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14일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밝힌 입장은 기존의 북한 입장을 토대로 한 1차적인 반응”이라면서 “(대화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상황을 지켜 봐야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 내에서는 대화를 제의한 날(11일)을 전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미사일 발사 동향이 멈췄고, 여기에 직접 위기지수를 높여온 김정은이 2주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북한 지도부가 변화된 정세에 맞춰 장고(長考)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정은이 개성공단 가동중단, 한미의 대화촉구 등 변화한 정세에 맞춰 ‘중대한 결단’을 위한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는 관측이었다. 한미를 향해 위협적인 발언과 행보를 이어오던 북한이 향후 행보에 대한 고심에 들어갔다는 인식이다. 


물론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2주 정도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김정은이 한반도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린 3월 이후 공개 활동이 활발했다는 점에서 최근 행보는 이목을 끌었다.


이를 두고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데일리NK에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시선이 김정은에 쏠리고 있는 것을 감안해 ‘중대한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긴장수위를 고조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기점으로 한반도 위기상황의 기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북한이 조만간 대화 제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고, ‘정치적 판단’만 남은 미사일 발사 결단도 마냥 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업 등 경제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마냥 전투동원태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유 선임연구관은 “북한이 유엔의 제재 결의안 이후 줄곧 전쟁위협 강도를 높여왔는데, 태양절 이후 이 같은 기조를 내려놓을 것인가 아니면 계속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태양절 이후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으면 북한의 전쟁위협 수위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 등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뒤 핵위협,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을 선보이면 대남·대미 위협수위를 높여 왔다. 때문에 4월말까지 훈련이 지속되는 상황에 선뜻 대화에 나서기엔 부담이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대화 제의를 기다렸다는 듯이 수용하기에는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고 여겼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이 출구전략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할아버지 후광을 통치에 활용해온 김정은은 15일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당연히 참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현재 평양 인근에서 김일성 생일맞이 열병식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15일 열병식장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또 통상 김일성 생일 하루 전에 중앙보고대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14일 늦은 오후에 모습이 확인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