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예고하는 북·일 관계

북한과 일본의 관계가 그 어느 때 보다도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전망은 26일 출범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대북 강경자세를 전면에 내세운데다 북.일 관계 개선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북.미 관계 역시 접점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외무성 부대신을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에 기용하면서 신설하는 납치문제담당상을 겸직하도록 하는 동시에 납치문제를 전담하는 총리 보좌관을 신설했다.

이런 조치는 아베 총리가 사실상 대북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북.일 간 접촉이 공식화돼 물밑 대북 협상이 차단될 전망이어서 납치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립이 한층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그동안 대북 강경 발언을 해온데다가 신헌법 제정과 미일 동맹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인 만큼 북한의 반발은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기회 있을 때마다 아베 총리를 신랄하게 비난해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은 아베 정권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불편한 속내는 이미 드러낸 바 있다.

이와 관련,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지난 13일 “아베가 일본 총리로 당선된 이후 일본은 미국의 대(對) 아시아 전략에 편승해 군국주의 해외침략야망 실현의 길로 나가려 하고 있다”며 일본을 침략세력화 하는 앞장에 아베가 서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월 “납치문제를 거론하면서 반공화국(반북) 책동에 열을 올리는 일본 반동들 중 제일 못되게 놀고 있는 사람이 아베 관방장관”이라며 아베 장관에 대해 “납치 문제를 개인의 정치적 야망 실현에 써먹으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또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20일 아베 총리에 대해 “광기어린 반조선(반북), 반조선인 여론을 고취함으로써 조일(북일)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쏘아붙였다.

북한은 일본인 닙치문제와 관련해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북일 평양선언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며, 일본이 납치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과거청산을 회피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지닌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납치문제를 거론하면 할수록 북한의 반발 수위도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양국 관계도 냉각될 것은 자명하다.
이와 함께 북.미 간 대립의 지속도 북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북한의 최수헌 외무부상은 26일(현지시각)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의 금융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천명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이 1년째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거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려는 노력의 시한이 거의 소진돼 가고 있다”고 압박했다.

북미 양국 외교 수뇌부의 이같은 ’강성발언’들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어서 6자회담 재개는 물론 북미 관계 개선에 적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북.일 관계는 한동안 순탄치 못한 길을 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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