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의 난방 연료 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난과 대체 자원이 없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내 주변 10세대 중 8세대는 난방 연료가 부족한 것 같다”면서 “그들은 대체로 현물은 있어도 돈이 없어 난방 연료를 사지 못하는 형편이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난방 연료로 주로 나무와 탄(구멍탄)을 사용한다”며 “전에는 나무 1㎥씩 사던 세대들도 0.5㎥씩 사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현재 연료 부족 문제가 코로나19로 인한 가계소득 저하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본지의 북한 내부 에너지 관련 물가 정보를 분석해보면 지난 11월 나무와 석탄 가격(평양,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은 8월 평균보다 각각 17%, 26% 올랐다.
나무와 석탄 가격이 본격적인 월동준비 철을 맞아 상당히 오른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가격 상승보다 경제 사정 악화로 구매력이 낮아진 게 난방 연료를 갖추지 못하는 데 결정적인 이유라는 말이다.
실제로 나무와 석탄값은 지난해 동기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난방 연료를 사지 못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올해 8월부터 11월의 사이 평양, 신의주, 혜산의 나무(1㎥) 평균가격은 8만 4,330원(북한 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인 11만 1,333원보다 24.3% 낮아졌다. 또한 올해 8월부터 11월 사이 세 지역의 평균 석탄가격 역시 지난 동기 대비 24.9% 낮은 수준이다.
소식통은 “식량부족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땔감마저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힘들다”며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한, 북한의 난방 연료 부족 문제는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연료 부족 문제는 일부 지역에 나타난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다”며 “그나마 도시보다는 시골이 사정이 나은 편이다”고 전했다.
그는 “시골 사람들은 산에 몰래 올라가 나뭇가지들을 주어온다”면서 “농사를 짓고 난 강냉이(옥수수) 대, 콩깍지 등으로 난방 연료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은 산림법을 개정해 주민 및 기업소의 도벌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도 몰래 나무를 구해 난방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농업부산물을 대체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사정이 그나마 낫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앞서 본지가 조사한 함경남도 일부 도시의 경우 시골에서 나무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읍(邑) 거주자는 사정이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으로 난방 문제를 겪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사정이 각이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나무도 사용할 수 없는 형편에 가스는 생각도 못 하고 전기 사정도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전기) 에네르기(에너지)원을 사용해 TV나 볼 수 있는 정도지 아직 난방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주민들이 연료 부족에 시달리는 일을 알고는 있겠지만 도움을 주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주민들도 (당국이)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을) 단속하면 (물건) 가격만 오를 뿐이다”며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에 빗대고(핑계로) 장사도 제대로 못 하게 하니 악 밖에 안 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입 제한, 시장 단속으로 인해 가계 수입은 줄어들어 주민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북한 가정 상당수는 난방과 취사를 겸하고 있다. 이에 난방 연료 부족 문제가 취사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취사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난방과 취사를 함께 하지만 밥을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난방 연료가 부족해도 취사를 못 하는 가정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여름에 밖에서 취사용으로 사용하는 착화탄이 있다”며 “3장에 1,500원인데 2장이면 하루 밥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침과 저녁에 취사를 위해 (착화탄으로) 불을 때도 집은 춥다”며 “이 때문에 집안에서는 동복(패딩)을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