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고수는 패가 아니라 상대의 눈을 본다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했다. 이번 핵실험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도 입만 아프다는 느낌이 든다. 북한이 1993년 3월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한 이래 20여 년간 국제사회를 깜쪽같이 속이는데 성공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도 귀에 거슬린다.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자기만 속은 걸 왜 남들까지 속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제재를 해야겠지만 대화의 채널은 열어두어야 한다는 소리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화란 당사자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억지로라도, 닫힌 문을 부수고라도 하게 되어 있는 법이다.


이젠 핵보유 금지가 아니라 확산 방지로 틀어야 한다는 얘기도 웃기는 발상이다. 핵보유 금지라는 말이 얼마나 허망한 목표였는지 드러난 조건에서 확산 방지는 그럼 지켜질 수 있는 말인가? 북한 당국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얼마든지 확산에도 나설 테니 말이다.


과거 어느 시절에는 북한이 핵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면서 그래서 충분히 대화나 설득으로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참으로 순진하다고 하기엔 너무 어리석은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론 숨기면서 꾸준히 개발해 왔고, 때에 따라서는 아예 내놓고 핵개발을 진행해왔을 따름이지 잠시도 쉰 적은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북한이 대화에 목말라 굳게 닫힌 대화의 창구를 깨서라도 나올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잠시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대를 속이거나 기만하는 가짜 대화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 대화하려는 때 말이다.


북한 스스로 핵을 가지고 있어봐야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 들어야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적잖은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 시기를 당기기 위해 대화를 하고 협력을 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더 제재를 가하고 옥죄야 한다는 주장도 실효적이지 않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어떤 강경책도 혹은 어떤 유화책도 핵을 포기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확산 방지도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그것도 국가 전략을 바꾼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인가?


기존 핵에 관한 세계 역사를 돌이켜 보라. 러시아나 중국의 개혁개방,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의 변신을 보라. 지도부, 리더십, 정치권력이 먼저 바뀌고 나서 모든 변화가 시작되었다.


북핵을 인정한 상태에서 더 이상 악화를 막는다는 생각은 여전히 북한의 지도부 생각을 굳혀주기만 하지 절대로 바꾸게 하지는 못 할 것이다. 강경책 또한 생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돌파구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핵에서 잠시 눈을 떼고 정권을 바라보라.


유화책은 기존 북한 권력을 연명하거나 강화시켜주는 반면 강경책은 정반대의 효과가 기대된다. 북한 정권이 망한다는 말은 이제 듣는 것도 지겹다고? 북한 정치권력의 위기에 대한 생존 임계치는 동서고금의 어느 체제나 국가보다 높다. 하지만 임계치가 무한대인 경우는 없다. 실제 임계상황에 거의 다다른 정황이 여기저기서 확인된다.


북한의 지도 권력이 자꾸 핵을 통해 위기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는 것도 실은 정치권력의 위기를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다. 결국 김정은의 핵실험은 패가망신 일보직전의 도박사의 몰빵을 보는 느낌이다. 이 때 다시 협상의 틀로 상황 돌파하려는 것은 정권의 수명만 연장해 주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국제사회의 규범과 합의에 따라 제재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단, 핵문제가 해결되리란 기대는 하지 말라. 하지만 정권 교체는 가능할 것이다. 다른 정권이, 다른 리더십이 들어서면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진정한 대화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럼 된다. 우리 사회 일각에 박혀 있는 뿌리 깊은 김 씨 정권 살리기 편집증 환자들이 가장 우려할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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