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美 국방장관, 韓.日 순방 의미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한국과 일본 방문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역내 안보보장 공약을 재확인하고, 군사협력에 기초한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1일부터 이틀간 이뤄지는 게이츠 장관의 일차적 방한 목적은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4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하는 것인 만큼, SCM은 양국 군사협력 관계를 심화하는 동시에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재다짐하는 상징적인 자리가 될 전망이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게이츠 장관의 방한은 지난 6월 한미 양국정상이 `동맹미래비전’을 선포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혀 미래비전에 포함됐던 `확장억지력’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양국 군사당국간 협의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핵우산을 군사전략적 차원에서 더욱 구체화한 확장억지력은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3대 타격수단으로 응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를 뒷받침할 `전략계획’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는 2012년 4월로 예정돼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전환시기와 관련한 논의도 게이츠 장관이 방한 때 꼭 챙기려는 사안이다.

미 당국자는 “내년이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며, 따라서 한국군이 전작권을 넘겨받는 것은 동맹의 자연스러운 진화”라면서 “그 때(2012년) 한국의 군사적 조건과 능력이 전작권 전환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은 전혀 없다”며 전작권의 원만한 전환을 위해 계속 진전을 이뤄나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당국자는 “전작권 합의 내에는 전작권 전환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정치적 조건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와 명백한 결정을 하도록 매우 분명하게 돼 있다”며 “따라서 전작권 이양은 2012년의 상황이 어떨지에 기초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북관계 등 한반도의 정치.안보상황에 따라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는 신축적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게이츠 장관이 이번 방한 때 김태영 장관과 어떤 의견을 교환할지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테러소탕의 주전선으로 삼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전과 관련, 게이츠 장관이 한국의 지원을 요청할지도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미 당국자는 “현재 한국이 아프간에서 보여주고 있는 노력에 감사하며, 앞으로 어떤 형태가 됐든 한국이 지원을 계속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한국측이 `자체 판단해서’ 지원형태와 범위를 결정해줬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도 “아프간 지원문제가 SCM의 공식 의제가 될 수는 없으나, 한미 국방장관이 별도의 회동을 했을 때 비공식적으로 미국의 의향을 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아프간 지원문제, 전작권 전환문제는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후 첫 방한을 앞두고 게이츠 장관이 한국측과 사전 의견조율을 해놔야 하는 안보 어젠다인 셈이다. 게이츠 장관의 방한이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앞선 터닦기 성격을 지녔다는 지적은 이런 맥락에서다.

게이츠 장관의 일본 방문은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 미 각료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내년 미.일 안보조약(60년 개정) 체결 50주년을 앞두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게이츠 장관의 방일을 계기로 양국 군사협력 관계 심화 등의 문제를 중점 논의할 계획이다.

여러 현안 가운데서도 아프가니스탄 연합군에 대한 일본의 인도양 급유중단 계획과 오키나와(沖繩)현의 주일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 문제가 양국 군사책임자간 핵심 협의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후텐마 비행장의 오키나와 현내 이전은 민주당 집권 이전에 이미 체결된 사안인 만큼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인도양 급유중단 문제도 일본 정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계획의 재검토 여지를 일본 측에 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게이츠 장관은 한국과 일본 방문을 마친 뒤 유럽으로 날아가 아프간전 승리를 위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방장관들의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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