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美국방, 과제와 전망

로버트 게이츠 신임 국방장관이 18일 취임함으로써 미 국방부에서 ‘럼즈펠드 시대’를 마감하고 ‘게이츠 시대’가 공식 열리게 됐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내는 등 지난 30년간 미 정보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게이츠 장관이 21세기 초일류 강대국인 미국이 직면한 군사분야의 도전을 극복해 나갈 구원투수로 본격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미국이 처한 현실이 대변하듯 게이츠 장관의 앞날은 숱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어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적인 과제는 이라크에서 미군의 승리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것. 미국은 지난 3년 반동안 이라크에 14만여명의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3천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퍼부었지만 이라크는 종파분쟁이 날로 악화돼 내전상태로 치닫고 있다. 지금까지 숨진 미군수도 2천940여명에 달한다. 한마디로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에 빠진 상태다.

게이츠 장관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시점에 미군의 군사활동을 총 책임진 위치에 올랐다.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이라크 정책 수립에 게이츠 장관의 ‘신선한 견해’를 참고하겠다며 당초 크리스마스 이전에 새 이라크 정책을 발표하겠다던 계획을 바꿔 1월초로 시기를 늦췄다.

때문에 게이츠 장관이 어떤 이라크 정책 대안을 건의할 지 주목된다.

게이츠 장관은 앞서 상원 청문회 때 이라크사태에 대해 미군이 승리하고 있지 않다면서 모든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부시 대통령과 다른 견해를 드러내 눈길을 끈 바 있다.

특히 이라크 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 게이츠 장관이 어떤 입장을 밝힐 지 관심의 대상이다. 한때 게이츠 장관이 참여했던 초당적 기구인 이라크연구그룹(ISG)은 2008년초까지 미군 상당수를 철수할 것을 부시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가 일시적인 병력증파에 대해서도 어떤 입장을 취할 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백악관은 일시적으로 이라크에 2만여명의 병력을 증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야당인 민주당에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게이츠 장관은 일단 취임사에선 무조건적인 철군 주장과는 거리를 뒀다.

그는 “우리들 모두는 미국의 아들 딸들이 다시 귀환하도록 할 방법을 찾기를 원한다”면서 철군 주장에 대해 이해를 나타내면서도 “미국이 이라크에서 실패할 경우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향후 수십년간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 부시 대통령을 두둔하는 태도를 취했다.

게이츠 장관은 아프간 전쟁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는 이를 의식한 듯 취임사에서 아프간 역시 위험에 빠져 있음을 인정한 뒤 “아프간이 극단주의자들의 안식처가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프간 군사활동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나토와의 유기적 군사협력 유지가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군 전력의 극대화도 게이츠 장관에겐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테러와의 전쟁이 5년째를 넘기면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군은 현재 심각한 전쟁피로에 빠져 있어 이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일각에선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선 수만명의 병사를 늘려야 하고 노후화된 각종 군사장비를 현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이에 필요한 막대한 인적.물적.재정적 지원의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방부와 미군 지휘부를 어떻게 개편할 지도 관심이다. 이라크전 처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도널드 럼즈펠드 전 장관이 물러난 만큼 일선 지휘관들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의 교체설이 나도는 가운데 게이츠 장관은 취임사에서 페이스 합참의장을 비롯한 합참의 참모들, 국방부내 민간인 비서진 및 군지휘관들에게 함께 일할 것을 희망했다.

북핵 및 미사일 문제와 관련된 한반도 평화정착 및 동북아 안정문제도 게이츠 장관에겐 무시할 수 없는 현안으로 꼽힌다.

북핵문제에 대해 게이츠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 선제공격론을 배제한 채 군사적 억지력과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임을 강조했으나 향후 어떻게 대처할 지는 6자회담 결과 등 북한의 태도가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게이츠 장관은 재임 중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전시 작전권 이양 등 한미현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

게이츠 장관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을 밝힌 바 없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정책에서 당장 큰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전임 럼즈펠드 장관의 경우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점을 지적하며, 게이츠 장관은 현안에 대해 한국측과 열린 태도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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