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포장 요란, ‘한총련’ 몰락으로 간다

▲ 27일 ‘전국대학생 5월 한마당’에서 각 대학들이 학교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투유)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주최한 ‘전국대학생 5월 한마당’과 ‘한총련 자주통일총진군대회’가 27,28 양일간 고려대학교에서 열렸다. 한총련은 지난해부터 ‘시대의 변화에 맞춰 대중학생과 함께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출범식 대신 ‘대학생 5월 한마당‘을 개최했다.

‘한총련 출범식’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 그대로

하지만 ‘한총련 출범식’이란 공식행사만 사라졌지 내용적인 면에서는 기존 출범식과 동일하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소위 ‘대중과 함께 하려는’ 노력과 변화는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93년부터 시작된 한총련 출범식은 매년 5월 말경 한총련 소속 대학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2박 3일의 일정으로 개최됐다. 첫째 날은 공연 중심의 전야제로 분위기를 돋우고 둘째 날 출범식을 통해 그 해의 투쟁목표를 공유하는 형식이다. 마지막 날에는 주요 투쟁목표인 주한미군철수와 자주통일에 대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도 첫째 날인 27일에는 전야제 형식의 ‘전국대학생 5월 한마당’이 열렸고, 28일 낮에는 각 대학 교류행사와 강연, 밤에는 ‘한총련 자주통일총진군대회’란 이름의 출범식 대행 행사가 개최됐다.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서울역 광장과 미 8군 부대 앞에서 대규모 반미집회를 열었다. 이름만 없었지 ‘한총련 13기 출범식’라고 볼 수 있다.

‘8만 대오’가 ‘3천 대오’로, 한총련 위기

▲ 행사 참가자 중 한 명이 ‘차라리 죽여라’라는 구호문을 들고 있다 (사진:투유)

고대에서 열렸던 93년 한총련 1기 출범식은 전국 186개 대학 8만 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었다. 그로부터 13년 후, 고대에서 또다시 열리게 된 2005년도 13기 출범식에는 40여개 대학 3천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단순숫자만 비교해보더라도 한총련의 실체가 얼마나 빈약해졌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또한, 한총련이 더이상 한국 대학사회를 이끄는 주류세력이 아님을 입증해주는 숫자로도 볼 수 있다.

출범식까지 포기한 한총련의 대중 지향 행사 개최는 현재 이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학생들에게 호응 받지 못하는 학생운동, 매년 줄어드는 활동인원, 더 이상 ‘진보’라고 내세울 수 없는 이념의 몰락 등 한총련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총련은 이러한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연의 확대와 변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운동권과 비권을 아우르는 한대련(21C한국대학생연합)이라는 새로운 학생운동 연대체를 결성하려는 시도나 ‘대학 5월한마당’처럼 대중지향의 대규모 집회 등을 그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근본적 고민 않고 겉만 포장

그러나 ‘전국대학생 5월 한마당’과 ‘한총련 자주통일총진군대회’에서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내용 면에서 고민의 흔적이나 변화의 시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김노진 서총련 의장(경희대 총학생회장)은 ‘한총련 자주통일총진군대회’에서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듯이 전쟁위기를 막아내고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해 자주통일을 열어가야 할 사명이 한총련의 어깨 위에 있다”고 말했다.

송효원 한총련 의장(홍익대 총학생회장)도 “상반기 한총련의 투쟁은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선두자로 살아왔다”며 “3백만 대학생들을 반미투쟁, 주한미군철수 투쟁의 선봉장으로 세워내자”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대형 성조기 찢기 퍼포먼스를 벌이며 “미군강점 60년 오욕의 역사를 끝내고, 올해를 주한미군 철수 원년으로 삼자”고 주장했다.

한총련은 변화된 시대와 사회적 요구에 맞춰 대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을 담아내기보다는 반미와 자주라는 극단적 형태의 투쟁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아무리 외연을 바꾸고 치장하더라도 그 본질이 바뀌지 않은 한 한총련은 더 이상 대학가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퇴보 자초하는 한총련, 결국 쇠락할 것

▲ 28일 거리행진 모습. 큰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인근 지역의 심각한 교통체증을 낳았다 (사진:투유)

운동권의 폭력적 투쟁방식 또한 이들이 학생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 29일 열린 반미집회에서도 미 8군 사령부 진입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학생 10여명과 취재 중이던 기자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외에도 최근 서울대, 고대에서 불거진 운동권 학생회의 폭력 사태에 대해 일반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규탄모임을 결성하는 등 도덕성을 잃은 운동권들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번 출범식에서 반미와 주한미군 철수 이외에, 새롭게 떠오른 화두는 ‘친일파 청산’의 문제였다. 이들이 벌인 ‘친일파 진상 규명을 위한 민간 법정’에 기소된 피고인들은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총장, 고려대학교 설립자인 고 김성수씨,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었다.

한총련은 反美를 앞세우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현 정부의 ‘자주’와도 다르다. 한총련이 내세우는 것은 ‘미제국주의 한반도 강점 60년 역사를 이제 뿌리 뽑자’는 것이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포악한 정권으로 규정한 김정일 정권에게만 그렇게 자애로울 수 없는 것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이다.

과연 어느 누가 이들의 주장을 진보이며, 정의로운 청년들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진보’라는 명함을 내밀 때도 사회적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은 필요하다.

진보를 자임하면서도 反진보의 길을 걷고 있는 한총련의 쇠락은 사회발전과정의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