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명숙 ‘체포영장 발부’ 무엇을 망설이나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의 2차 소환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검찰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한명숙 씨와 대등한 한 개 정치단체 지위로 격하된 꼴이다. 그리고 한명숙 씨와 그를 싸고도는 무슨 ‘대책위’인가 뭔가 하는 것이 일약 국가기관과 대등한 1 대 1의 권력체 수준으로 올라선 셈이다. 이러고도 이걸 나라라고 해야 하나?


헌법이 정한 국가기관이 법을 집행하려고 할 때마다 사사건건 ‘정치탄압‘ 운운하며 거역하기로 한다면 그건 국법질서 안에 국법이 통하지 않는 또 하나의 권력체 또는 치외법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안의 또 하나의 대척적(對蹠的) 권력이 끝까지 뻗대는 가운데, 국가가 그것을 제압하지 못하면 그 대통령, 그 법무장관, 그 검찰총장은 허깨비임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소환에 불응하는 것도 헌법이 보장하는 행위인지는 모른다. 그렇다면 검찰은 그것에 의존하지 말고 더 본격적인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 국가기관이 국가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려면 말이다. 예컨대 체포영장 발부가 있지 않은가? 무엇을 망설이는가?


그 동안 내사한 것으로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부한다면 검찰은 지체 없이 체포영장을 동원해야 한다. 정치가 뭐 말라 비틀어죽은 것인가? 정치 때문에 당연히 할 일을 망설이는 검찰이라면 그런 검찰은 당장 옷 벗고 고향 앞으로 가야 한다.


‘촛불난동’ 이후 우리 사회의 최대의 문제는 국가 안에 또 하나의 권력체가 있다는 사실이 공연화(公然化)되었다는 점이다. 국가와 정부의 최소한의 법집행을 원천적으로 능멸하고 부정하고 적대하는 국가 안의 또 다른 권력체의 출현-예컨대 국민의례를 거부하고 민중의례를 하는 의식(儀式)이 그런 권력체의 존재를 단적으로 상징한다. 8·15 기념식을 백범기념관에 가서 따로 하는 것도 그런 하나의 사례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나라는 이미 분국(分國)이라도 했다는 것인가? 로얄티(loyalty)를 대한민국 헌법기관보다 다른 쪽으로 돌리는 행위-이게 분국 아니면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진보신당 그룹이 민노당을 이탈했을 무렵 회의장 안에서 “더 친북해야 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들었던 골수 종북주의자들이야 당연히 대한민국 헌법의 배타적 권능을 거부한다 치지만, 아 어쩌자고 민주당까지 한명숙 씨의 소환 불응을 감싸고돈다는 것인가? 민주당의 뿌리가 뭔지나 아는가? 민주당의 뿌리는 김대중 노무현이 아니라 송진우 김성수 신익희 조병옥 장면이다. 이들이 대한민국 헌법질서 알기를 개코로 알라고 가르쳤던가?


지금의 문제는 단순히 한명숙 씨가 돈을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헌법질서가 통하느냐 안 통하느냐의, 국가주권의 실효성 여부가 걸린 사안이다. 한명숙 씨에 대한 헌법질서의 정당한 권능이 관철되지 않는 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정말 나라 같은 나라냐 하는 물음과 직결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나라다움을 정말로 입증하지 못할 때 이명박 정부의 존재이유는 그 순간, 그야말로 이슬처럼 사라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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