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정구 교수 `법적처리’ 고심

한국전쟁을 북한의 통일전쟁으로 평가했다는 이유로 고발된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해 검찰이 ‘이념이 아닌 법의 잣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구체적인 사법처리 방안이 주목된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12일 기자들과 함께 한 오찬에서 “강 교수 사건 같은 것을 두고 여론이 감정적으로 양분되지만 검찰은 그런 것을 떠나 헌법정신과 실정법 내용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의 잣대”라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 강 교수에 대한 강경처벌론과 처벌불가론이 엇갈려 나오고 있지만 검찰로서는 이 같은 각계의 ‘주장’보다는 법적 기준을 우선 적용해 신병 처리와 기소여부 등을 정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발언이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황교안 2차장검사도 이날 오전 “사상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지만 헌법 37조 유보조항에 의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고 그 법률이 국가보안법이다”며 “그 기준은 법률가들이 판례를 통해 정해놓았다”고 말했다.

현행 국가보안법 7조 1항은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ㆍ동조한 사람’을 7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보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법률적 논쟁은 지난해 국보법 폐지 논쟁이 진행되던 가운데 최고 법률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의해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국보법 7조 찬양ㆍ고무죄 및 이적표현물 소지조항에 대해 재판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고 대법원도 같은해 9월 국보법상 찬양고무죄로 기소된 한총련 대의원 2명에게 징역 2년6개월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국보법은 1991년 이후 개정돼 법규개념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이 제거됐고 기존 결정이나 학설ㆍ법원 판례 등에 의해 개념이 정립돼있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아무리 자유민주 사회라도 체제 전복의 자유까지 허용함으로써 스스로 붕괴시켜 그토록 추구하던 자유와 인권을 모두 잃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되므로 체제를 위협하는 활동은 헌법 37조 2항에 의한 제한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당시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때 체제수호를 위해 허용과 관용에 한계를 두어야 한다“며 국보법 폐지론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법률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강 교수의 주장이 국가보안법 7조 1항으로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인지를 검토하기 위해 검찰 외부인사가 대부분인 공안자문위원회 위원 등의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교수의 행동이 진보진영에서 주장하듯 ‘위험성이 없는 개인적 의견표명’에 불과한지 보수진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북한을 찬양ㆍ고무해 국가 변란을 선전ㆍ선동하고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내란을 선동한 것’인지 차분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송두율 교수 사건을 지휘했던 검찰 간부가 검사장 승진에 탈락했던 전례나 국보법 폐지 의견을 밝혔던 천정배 법무장관을 의식해 공안검사들이 외부 눈치를 보지 않은 채 ‘법대로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