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소가 당 기관을 ‘검열’한다고?

▲ 당기 앞에서 맹세하는 당원들

한국에 와서 몇 해를 지내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북한 사정에 대해 잘 모르면서 그저 ‘남한식’으로 생각해버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른바 ‘북한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붙인 사람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악의가 있다거나 고의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을 잘 모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지면 곤란하다.

16일 나온 대북지원 단체 ‘좋은 벗들’의 북한소식 중에 그런 대목이 있어 이 기회에 이야기를 하고 싶다.

좋은 벗들은 16일 북한 소식지 ‘오늘의 북한’(72호)에서 “북한 당국이 중앙검찰소 검열성원들을 전국에 파견하여 당 기관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간부들에 대한 검열로 당정 간부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소식지는 “5월이 시작되자 중앙 검찰소 검열성원들이 전국 주요 도시에 전격 파견되었다”면서 “검열의 중요 대상은 보위부와 보안서, 재판소, 도당, 시당, 인민위원회 등 각 단위 책임자들 및 여맹 일꾼 전체였다”고 밝혔다.

또 “이번 중앙검찰소 검열은 현 시기 어려운 환경에서 동요하고 변절되어 가는 당정 간부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고민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소식지를 보면 누가 봐도 중앙검찰소가 당 기관과 국가기관을 검열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에서는 중앙검찰소가 당 기관을 검열할 수 없다.

중앙검찰소는 남한으로 치면 대검찰청에 해당한다. 그러나 중앙검찰소가 당 기관, 보위기관을 검열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남한식’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소식지를 쓴 사람은 중앙검찰소가 남한으로 치면 대검에 해당하니까 당 기관, 보위기관도 검열할 수 있겠거니 하고 생각한 것 같다.

북한에서는 오히려 중앙검찰소가 당 기관의 검열을 받게 되어 있다. 개별적인 당 간부에 대한 검열이나 수사는 검찰, 보안성 등 법기관에서 할 수 없다는 것은 북한에서는 상식중의 상식이다. 혹 당 간부의 비리가 발견되었을 경우도 법기관은 그 사실을 해당 도, 시, 군 당위원회에 통보하고 보고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친다.

북한 체제의 기본은 당-국가 체제이다. 당-국가체제라는 말은 당이 국가를 ‘지도’하면서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로 간다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한 것이다. 물론 지금의 북한은 사회주의 사회도 아니고 김일성-김정일 수령주의 사회이지만 당이 국가를 ‘지도’한다는 기본원리는 남아 있다. 그래서 당이 내각과 행정기관을 지도하는 것이다.

중앙검찰소는 국가기관이다. ‘국가’는 당의 ‘지도’를 받게되어 있기 때문에 중앙검찰소는 당 기관을 ‘검열'(지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기관, 보위기관의 비리에 대한 검열은 어떻게 하는가.

중앙당에는 당중앙위 겅열위원회가 있고 지방에는 도당, 시당 검열위원회가 있다. 당중앙위 검열위원회는 평소에는 1, 2명 정도만 있고 당 기관의 특별한 비리가 발생할 경우 조직지도부를 위주로 하여 유능한 당간부들로 검열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당 중앙위 검열위원회가 북한에서 가장 ‘무서운’ 검열이다. 이 검열위원회는 당기관뿐 아니라 막말로 모든 국가기관을 싹쓸이 할 수 있다. 중앙검찰소는 시쳇말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지금은 선군정치를 하고 있어 군인들의 발언권이 세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군대까지도 싹쓸이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검열이 바로 당 중앙위 검열이다.

중앙당에서 구역당에 이르기까지 각급 당위원회에는 ‘행정부’라는 국가기관 담당 부서가 있어서 사법, 검찰기관과 보안성(경찰)을 비롯한 법기관에 대한 모든 감시와 통제를 맡는다.

따라서 당의 통제와 지도를 받는 검찰이 당기관과 그 성원들에 대한 검열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좋은 벗들’의 소식지는 탈북자인 기자에게도 북한 내부소식을 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발견된다. 기자는 그것이 무슨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남한 사람들이 북한 및 북한정권의 본질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사회의 출발이 공산주의 이론에 따른 것인데, 공산주의 이론의 기초를 모르니까 자꾸 남한식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나오는 것 같다.

하기야 한국사람들이 누구나 북한사회의 본질을 잘 알고 있다면 10년동안 잘못된 대북정책을 계속 해올 이유도 없을 것이고, 또 한국사회가 북한을 정확히 알게되는 날이 오면 북한문제도 그만큼 빨리 해결될 것이다. 그런 날이 언제 올지, 너무 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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