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큰틀’ 합의..`각론’이 관건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은 11일 북한의 신고 내용을 검증할 메커니즘의 구성 원칙에 대해서는 사실상 합의했지만 앞으로 조율해야 할 세부사항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소식통에 따르면 6자는 검증은 현장접근과 핵 관계자와의 인터뷰, 관련 서류제출, 샘플채취 등을 통해 정확하고 완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특히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발효(8월11일)되기 전에 검증체계를 구축하고 검증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큰 가닥은 잡히는 분위기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북한도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테러지원국 해제가 불가능하고 회담의 진전도 어려워진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핵화 실무그룹회의에서 이뤄지게 될 세부사항에 대한 협의가 순조로울 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10일 “악마는 각론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서양 격언을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의견을 절충해야 할 사항이 적지않음을 시사했다.

실제 한국과 미국 등은 8∼9일 진행된 북한과의 양자협의와 전날 수석대표회의 등에서 북측과 구체사항에 대해 논의했지만 적지않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세부사항에 대한 조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우선 검증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참여할 지를 놓고 북한과 한.미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등은 효율성과 전문성 등을 감안하면 검증단에 IAEA를 참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위기 당시 특별사찰 문제를 놓고 IAEA와 격하게 대립했던터라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회담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검증단에 IAEA가 참가한다면 IAEA의 검증 시스템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만 5개국으로만 검증단을 구성할 경우에는 검증의 룰을 만드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모두 검증에 참여할 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검증 주체와 관련, 한.미.일 등은 검증은 비핵화 실무그룹 산하에 별도 기구를 설치하고 여기에 한.미.일.중.러 등 5자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힐 차관보는 전날 “검증에는 분명히 5자가 모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핵 기술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핵시설 및 핵물질의 검증에는 핵보유국만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한국과 일본 등이 어느 정도 참여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며, 특히 대북 경제지원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일본이 검증단에 포함되는데 대해 북측이 반대할 개연성도 있다.

북한의 플루토늄 관련 핵활동의 전모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시설인 액체폐기물저장소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나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을 지도 관심거리다.

북한은 1차 북핵위기 당시 신고서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액체폐기물저장소를 이번 신고서에는 포함한 것으로 확인돼 검증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 소식통은 “북한도 신고서에 담긴 시설들이 검증대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차 북핵위기 당시 액체폐기물저장소를 `군사시설’이라며 끝까지 특별사찰을 거부했던 전력이 있는 북한이 이번에도 액체폐기물저장소의 검증에는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소식통은 “일부 시설은 북한 군부의 협조가 필요할 수도 있어 검증을 낙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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