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협상·테러지원국해제 ‘동력’ 보충

북핵 검증 체계 협상의 난항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지연으로 주춤거리던 북핵 폐기 협상이 북한과 일본간 납치문제 재조사 합의와 ’분리 검증’안 대두로 다시 탄력을 받는 인상이다.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북한측과 검증의정서에 대한 세부협의를 벌였던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협상 특사가 13일 다시 중국을 찾는다.

미 국무부는 김 특사가 “6자회담의 일환으로 강력한 검증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 관리들을 만날 계획”이라며 “현재로서는 (그가) 방중 기간에 북한 관계자들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특사가 방중 기간 협상 파트너인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만나 검증문제를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지연에도 별다른 반발을 나타내지 않는 것도 미국과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미국 내에서 핵검증 체계 협상도 핵신고 협상과 마찬가지로 플루토늄에 대한 검증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핵확산 검증으로 분리해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우선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부터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유연한 검증’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 개리 새모어 부회장은 “현재의 검증 협상을 둘로 나눠 하나는 비교적 명쾌한 플루토늄으로 하고, 다른 하나는 어려운 농축우라늄으로 나누되 이것은 나중에 하자는 것”이라며 “미국의 부시 대통령 임기내 가능한 현실적인 검증체계는 영변 핵시설에 국한한 검증체계”라고 주장하고 북한이 이러한 검증방안에 호응한다면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르면 8월중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이같이 교착국면의 검증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에 착수한 가운데 북한과 일본도 국교정상화 실무회담을 통해 양자관계와 6자회담 양면에서 현재의 경색 국면을 푸는 해법을 마련했다.

양측은 11, 12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회담에서 북한이 납치문제 재조사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가을까지 재조사를 완료키로 하는 등 지난 6월 회담에서 합의된 재조사의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 등에 합의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납치문제를 이유로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에 반대해 왔고, 미국의 부시 행정부도 이에 대해 외교적 부담을 느껴왔다는 점에서 이번 북.일간 합의는 테러지원국 해제의 주요한 걸림돌을 제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13일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의 조건으로 검증합의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6자회담의 지속적인 진전과 궁극적인 회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당사국들간의 소통이 아주 긍정적이고 중요하다”며 북일간 합의를 환영했다.

납치문제의 재조사 합의는 북핵 6자회담에서의 2.13합의와 10.3합의의 이행에도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납치문제 미해결을 이유로 6자회담에서 합의된 중유 100만t 분의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북한은 자신들의 의무사항 이행을 늦추는 이유로 이 대목을 지적해왔다.

하지만 이번 북.일간 합의를 계기로 일본 정부가 자국 분담분을 집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6자회담 합의 이행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에서는 10월까지 북한에 대한 경제.에너지 지원을 완료하고 대신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한 만큼 이러한 일정이 완료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력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와 관련한 8월11일이라는 시점을 넘기기는 했지만 북미간 협상구조는 바뀌지 않았다”며 “북한이나 미국 모두 내부적 수요가 있기 때문에 파국적 국면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내년에도 식량과 에너지 지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정권 수립 60주년 이전에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고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가 진행중인 만큼 상황을 되돌리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임기말을 맞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도 외교적 업적이 필요한 만큼 양쪽 모두 동력을 채우고 타협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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