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합의’ 실패…6자회담 기로에

북핵 검증의정서 마련을 위한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가 회기(8∼10일)를 하루 연장하며 현안 절충을 시도했지만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북핵 폐기를 지향하며 지난 5년간 진행된 6자회담이 비핵화 2단계를 미처 매듭짓지 못하고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상황변화가 없을 경우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이 유보되고 이에 맞서 북한도 불능화 복구조치와 또 다른 위협조치로 맞설 가능성이 커 향후 한반도 정세도 기로에 설 공산이 커졌다.

특히 내년 1월 출범하는 오바마 미국 신정부가 부시 행정부가 매듭짓지 못한 북핵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지가 주목되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11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일정에 없던 수석대표회의를 갖고 검증의정서 채택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시료채취 등 국제적 기준에 따른 검증방법을 끝내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김 숙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시료채취와 관련해 각종 얘기들이 있었고 명문화와 관련된 입장과 시료채취에 가능한 시기 등에 대해 열띤 설전들이 오갔지만 결론적으로 북한은 현 시점에서 명문화에 동의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체회의 외에도 양제츠 외교부장이 수석대표들을 면담하는 등 중재에 노력을 기울였으나 북한의 태도를 바꾸지 못했다.

오후 4시(현지시간) 시작된 수석대표회의에서 의정서 채택이 무산되자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5시께 회담장을 나서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공항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검증의정서의 문서화에는 실패했다”면서 “다른 5개국은 다 합의했지만 북한은 국제적 검증기준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은 모든 회의 일정이 끝난 뒤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의장성명은 검증과 관련, “참가국들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명시한 9.19공동성명에 대해 재확인했으며 검증조건에 대한 합의를 향해 이뤄진 진전을 평가했다”면서 “검증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문과 지원을 환영한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성명은 또 “참가국들은 10.3합의에 나와있듯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중유 100만t에 해당하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은 병렬적으로 이행한다는데 동의했으며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동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경제.에너지지원 실무그룹 의장국인 한국은 대북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실무그룹 회의를 개최하고 러시아는 동북아평화안보 원칙에 관한 초안을 회람시키고 더 많은 논의를 위해 내년 2월 모스크바에서 관련 실무그룹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고 성명은 전했다.

성명은 “다음 6자회담을 조속히(at an early date) 개최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일정은 명시하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 등은 검증의정서 채택없이는 경제.에너지 제공 방안에도 합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향후 대북 중유 지원이 유보될 것으로 보이며 검증의정서 채택을 전제로 미국 정부가 단행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가 철회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그동안 힐 차관보 주도로 진행돼온 북.미 양자접촉이 검증문제를 본격 논의하는 국면에서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측은 워싱턴으로부터 받아온 훈령에 따라 앞으로 미.북간에 여태까지와 같은 양자접촉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회담 도중에 공개적으로 표명했다”고 말했다.

김 숙 본부장은 이번 회의 일정이 모두 끝난 뒤 가진 브리핑에서 검증의정서 채택과 경제.에너지 지원의 ’포괄적 연계’ 방침에 대해 “매우 민감한 문제로 모든 사항을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본국에 돌아가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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