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남북관계”로 가는 성장통

6.15 남북 공동선언 채택 7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치러진 민족단합대회가 파행을 거듭하다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으나 남측 대표단 고위관계자들은 “건강한 남북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크다고 강조했다.

6.15 축전이 파행을 겪었으나, 서로 논쟁을 하면서도 파탄내지 않고 절충점을 찾아 축전 일정을 소화했을 뿐 아니라 북측 대표가 파행에 대해 평양 시민 앞에서 사과를 한 점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다음은 남측 민간대표단을 인솔했던 백낙청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인 김민하 남측위 고문, 대표단원에 포함됐던 서동만 상지대 교수와의 일문일답.

◇백낙청 상임대표

–6.15 행사에 대해 총평한다면

▲굉장히 힘들었고 파행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정황을 고려할 때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 건강한 남북관계를 이끄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한다.

–어떤 성과인가.

▲전혀 수습하지 못했다면 남북관계에 악재가 됐겠지만, 북측 대표도 유감을 표명했다. 이것을 중요한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상대방이 6.15정신에 어긋나는 조치를 했을 때에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며 예정대로 행사를 치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향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나.

▲꼬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한나라당 배제 방침을 우리가 순순히 받아들였다면 국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남남갈등 우려도 있는데

▲그런 우려도 있겠지만 남남갈등이 격화될 일을 없을 것 같다. 북미관계가 풀리기 전에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독자적으로 노력했더라면 좋겠다라는 아쉬움이 있다.

–남측의 쌀차관 제공 유보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남측이 미국의 눈치를 본다는 서운함을 갖고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공식적으로 문제를 삼거나 하지는 않았다.

–북측의 한나라당 배제 움직임에 대한 입장은.

▲민족대단합을 한다면서 남측의 중요한 세력을 처음부터 배제한다는 것은 반대이다. 15일 당일 민족단합대회가 무산되고 행사장에 모인 2천명이 넘는 평양시민이 하루 종일 앉아있다 돌아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북측도 비합리적인 태도를 취했을 때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봤을 것이다.

공동위원장들이 미안하다는 말로 끝맺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북측 위원장이 사과를 했다는 점이다. 평양시민들 앞에서 사과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민하 수석부의장

–행사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가 힘겨웠다고 입을 모으는데
▲이런 진통없이 민족문제가 어떻게 잘 돼 나가겠나.

–민족단합대회에 대한 북측의 절충안을 백 상임대표가 받아들인 것은 “다른 공동대표나 고문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집행부와만 상의”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오보다. “한나라당만 빠지는 행사가 이뤄지는 것은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인데 어떻게 그렇게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어떤 경우에도 평화통일의 영속성 차원에서 개인.당파 문제로 단합대회가 무산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의 한나라당 배제 조치에 관한 입장은.

▲2005년 행사 때 원희룡 의원이 갔었지만 민족 입장에서 별 문제가 없었다. 이번에도 민족대단합 입장에서 그때처럼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행사 도중 그런 일이 있어서 당황했다.

그러나 60년 가깝게 분단된 민족이 평화를 증진하고 통일을 이룩하는 것은 어렵고 긴 여정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남북문제에서도 고통과 진통은 으레 있는 것이다. 정당.종교 지도자들이 인내하고 초월해야 한다.

–이번 행사에 대해 총평한다면

▲결과적으로 100%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다소 미진하더라도 흐뭇하게 생각한다. 무산됐더라면 분단 이후 피와 땀을 흘린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을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이 “우리는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은 참석해 달라” “이 대회 잘 되길 바란다”고 했던 것을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열린우리당도 정파보다는 민족대단결을 바라는 입장에서 참여해 준 것이 고맙다.
–남남갈등이 초래될 우려는.

▲6.15 정상회담 때 80% 이상의 지지를 받았지만 그 후 남남갈등이 생겼다는 시각도 있고 6.15 공동선언 폐기 움직임도 있지만 내가 볼 때는 공동선언은 세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지 말고 한나라당과 협의해 나간다면 한나라당도 6.15정신을 수용할 것이다. 역사의 흐름이다.

–북미관계 개선되면 남북관계는 악화되는 것 아닐까.

▲북미관계와 북중관계가 정치.경제적으로 깊어지는 가운데 남북의 각계각측이 협력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남북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

열강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주성 상실 우려가 있는 만큼 남북협력을 서둘러야 한다. 평화정착을 위해 통일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빨리 협력하지 않으면 통일이 더 멀어질 수 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

–행사가 제대로 안 됐는데

▲착잡하다.

–북측이 한나라당 의원의 주석단 배제를 고집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는데

▲북측이 좀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있어도 당일 수습이 됐었는데 이번처럼 힘겹게 된 적은 없다.

나중에는 북측이 당초 그 문제를 왜 제기했을까 생각할 정도로 양보하는 자세로 나왔다. 북측도 어떤 의도였든간에 타협해서 바로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지 이렇게 심각하게 꼬일 줄은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8.15 통일행사에 영향이 있을까

▲이번 자세로 볼 때 판을 깬다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북미관계가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이니까 남북관계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당초 의도가 무엇인지를 떠나 북측도 이번 행사를 어떻게든 성사시키려고 했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차원은 아닌 것 같다.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북측도 나중에 유감을 표명했다.

— 북한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2차 남북 정상회담’ 발언을 송출하는 데에도 문제를 제기했는데.

▲남북 합의에서는 토씨 하나도 합의하는데, 협의 전 원고가 아니었고 자신들도 자신이 없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 같다.

–식량차관 유보에 대한 북측 분위기는

▲식량 차관은 인도주의적 부분인데 그 문제에 대해 냉랭해져 있다. 북측 안내원들이 “배급 주겠다고 (북한 주민들에게) 다 얘기해 놨는데 난감하게 됐다”고 공공연히 얘기하더라. 남북관계가 간단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북미관계가 풀린다고 남북관계까지 자동으로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

–당국 관계를 풀기 위해 어떤 계기가 마련돼야 하나.

▲이 문제(식량차관)가 풀려야 한다. 현 대북정책은 국민의 정부의 연장선 상이지 현 정부 들어서 진전된 것이 없다. 특히 쌀지원 문제는 우리 내부 원칙에서도 벗어난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의 주석단 배제 문제에 대한 생각은. 북측이 초청장도 발송하지 않았나.

▲북측의 문제 제기는 잘못된 것이다. 북측이 이번 행사를 앞두고 초청장을 발송하기는 했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감정이 정서.감정적으로 상상을 넘어선 상태였다. 완전히 극에 달해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북측의 (한나라당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다는 것과 신뢰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을 한나라당도 인식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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