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지난 1월 말 ‘인권유린 하지 말라’는 방침을 국가보위성(우리의 국가정보원 격)에 하달한 이후, 보위원들이 ‘강요’가 아닌 ‘애원’하는 식으로 뇌물 착취 형태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처벌 가능성은 피하면서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확실히 최근 보위원들이 주민들을 대할 때 압력(강압)적인 모습이 많이 없어졌다”면서 “이런 모습은 지역 담당 보위원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민들의 꼬투리를 잡아 알아서 상납금을 바치게 했는데, 이러한 일이 조금 줄어든 것”이라면서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은) 방침이 보위원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제대를 앞두고 있는 아들을 둔 회령시 보위성의 한 보위원이 최근 주민들에게 5000위안(元, 약 83만 원)의 자금 원조를 요청했다. 아들을 집단진출(생산현장에서 노동력이 부족할 경우 중학교 졸업생 및 제대군인을 집단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의미)에서 빼기 위한 뇌물 마련을 도와달라고 요구했다는 것.
이에 대해 소식통은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지 압박해서 돈을 뜯어냈었는데, 이렇게 사정해서 말하는 것을 보고 놀라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북한에서 국가보위성은 주민들 사상동향을 감시하면서 반체제사범 색출과 ‘최고존엄’ 비방사건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또한 탈북은 물론 중국제 핸드폰을 통한 외부정보 유입 차단에도 주력하는 등 ‘체제의 보루’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위원들은 자신들의 막강 권력을 악용한 잇속 챙기기에 몰두했다. ‘체제이반 행위’에 연루된 주민들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일종의 상납금 명목으로 막대한 자금을 챙겨왔었지만 이번 김원홍(국가보위상) 해임 및 국장급 6명 처형 사건 이후로 ‘날개 잃은 저승사자’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서 ‘돈에는 보위원들도 어쩔 수 없다’ ‘우리랑 동급이 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보위원들의 태도 변화에 대해 ‘형식적’이라고 판단하는 주민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보위원들이 여타 간부들과 마찬가지로 ‘권력을 이용한 상납금 요구’ 관행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또한 보위성 권력도 조만간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포통치에 주력하는 김정은을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체제안정을 위해 행동대장 격인 보위성 권한 약화를 오랫동안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최근 일련의 과정들은) 원수님(김정은)이 김원홍 해임과 고위 간부들에 대한 처형을 통해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연출”이라면서 “곧 보위성에 다시 힘이 실릴 것이며 그들은 본성을 다시 드러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