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 양강도 반탐처 이 모 중좌를 고발합니다”

진행 : 국가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 주민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이상용기자와 함께 합니다. 이 기자, 오늘 두번 째 시간인데요. 어떤 사건인가요?

기자 : 네. 양강도 혜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제보자 최 모 씨가 데일리NK와의 통화를 통해 제보한 사건입니다. 양강도 보위국 반탐처 지도원 이 모 중좌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도 보위국은 도내 주민들의 사상과 동향을 감시합니다. 또, 반체제 사범의 색출과 체제에 대한 비방사건의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죄목으로 체포된 주민들을 정치범이라는 딱지를 붙여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보내기도 합니다. 또 반탐, 즉 대간첩 업무와 해외정보의 수집, 해외공작 임무를 수행하며, 국경 경비 및 출입국 관리업무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33살인 이 중좌는 보위국 내에서 대간첩 업무와 해외정보 수집, 해외공작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도 내 국경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중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에 대한 신상을 파악하고 그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공작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다친다고 협박을 하면서 지시를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이 중좌와 연관된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소개 좀 해주시죠.

기자 : 네 . 지난 3월 있었던 일인데요. 제보자 최 씨에 따르면 이 중좌는 혜산시의 한 20대 여성을 협박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 달라고 요구하게 한 다음 그 여성에게는  30퍼센트만을 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겼다고 합니다. 그는 두 번에 걸쳐 중국 돈 4만 위안씩을 갈취했는데요. 이 여성은 어머니가 보내준 돈을 빼앗기고도 한국도주자 자녀라는 이유로 항의조차  못했다고 합니다.

이 중좌는 해외정보공작 업무도 담당하고 있는데요. 혜산시 혜명동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의  자녀가 중국에서 부유한 집으로 시집을 갔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됩니다. 이후 ‘최근 탈북 가족과 연락을 하면서 신고를 하지 않는 대상들은 간첩행위로 보고 엄격히 처벌하라’는 지시가 새로 내려왔다고 하면서 뒤를 봐주는 대가로 중국 돈 3만 위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진행 : 주로 탈북자 가족들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방식이군요.

기자 : 네. 그렇지만 이 50대 여성은 ‘자신은 간첩 질을 할 줄도 모르고 돈 주면서 하라고 해도 심장이 떨려서 못한다’며 이 중좌의 요구에 불응했다고 하는데요. ‘내 말 한마디면 내일이라도 간첩으로 체포 될 수 있다‘며 ‘간첩이 이마에 쓰고 다니는 줄 아는가. 딸이 중국으로 도주한 것을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협박을 가해 1만 위안을 갈취했다고 합니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심양시에 살고 있는 30대 여성을 어머니와 강압적인 방법으로 통화 시킨 후 “당신 때문에 어머니 신상이 위험하게 됐다, 2만 위안을 보내주면 다른 일 없이 복귀 시켜주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위험한 상황에 있다고 판단한 이 여성 역시 이 중좌에게 2만 위안을 보냈습니다.

진행 : 이 중좌가 보위원이라는 직위를 돈벌이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군요.

자: 네. 이 중좌는 보위성의 특수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김정은이 지난 2월 경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사상교양 사업을 강화 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는데요. 이후 ‘가족들이 돌아오면 없었던 일로 하고 다 용서해 준다’는 방침이 하달되자 이를 돈벌이 기회로 활용한 것입니다.

주민들은 보위원들의 말 한 마디에 자신들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있기 때문에 이 중좌와 같이 보이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사람의 말에 불응하거나 반발할 수가 없습니다. 괜히 불만을 표출해서 문제를 키우기 보다는 달라는 대로 돈을 줘서 표적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이 큰 것입니다.

진행 : 이런 비리 행위가 보위국 내에서 문제되지는 않았나요?

기자 : 젊은 나이에 비교적 높은 위치에 오른 이 중좌는 회유와 협박을 통해 챙긴 뭉칫돈을 다시 고위간부들에게 뇌물로 바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이 중좌는 양강도 보위국 반탐처 처장의 오른팔이 됐으며, 도 보위국 고위간부들이 그의 뒤를 봐 주고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보위원들은 자신들의 말에 순응하지 않으면 꼬투리를 잡아 고문과 폭행을 하지만 이 중좌는 주민들의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 끈질긴 회유와 협박으로 거액을 갈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이 중좌를 가리켜 “거마리(거머리의 북한식 표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진행 : 그런데 주민들이 이런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없는 것인가요?

기자 : 네 주민들은 불만이 많지만 어디에도 하소연 할 데가 없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 보위부에서도 가장 핵심기관으로 알려진 반탐처 요원이기 때문에 불응하기보다는 조용히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보위성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도가 제일 높고 검증된 사람들로 꾸려진 조직이어서 출신성분이나 사회적 계급이 낮은 일반 주민이 신고를 해봤자 오히려 불이익만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이 크지만 참고 지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