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창린도 포사격으로 본 남북 평화 분위기의 허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창린대 방어대를 방문했다고 25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혁명활동소식 유튜브 캡처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총참모장 박정천,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를 대동하고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의하면, 김 위원장은 감시소에 올라가 경계 상황과 여건 등을 점검하고 근무 중인 해안포 중대 2포에 목표를 지정해 사격을 지시하며 “인민군대에 있어서 싸움 준비와 전투력 강화가 곧 최대의 애국으로 된다”고 요구했다. 김정은은 또 “예고 없이 찾아왔는데 모두가 경각성 높이 전선경계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만족을 표시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북한 매체의 해안포 사격 보도와 관련해 “지난해 9월 남북 군사 당국이 합의하고 그간 충실히 이행해 온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측은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이러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도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남북 간에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며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려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는 행동, 그런 것들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은 지난해 9월, 9.19 공동선언의 군사분야 부속합의서로서 ‘군사분야 남북합의서’를 합의했다. 이 합의서 1조에서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하는 한편 그 실천적 과제의 하나로 ②항에서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군사분야 합의서’를 무시한 채, 올해 들어서만도 10여 차례의 단거리 미사일과 신형 대구경 방사포의 시험 발사를 이어나갔고, 우리 정부는 –어떤 정책적 고려가 있었는지 몰라도- 북한의 위협적인 군사행동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국방부, 통일부 등 안보 관련 부서가 이번 창린도 포사격에 대해 처음으로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비록 때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안보 인식을 보인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다만, 이번 포사격 사건을 계기로 해서, 앞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 시에 다음과 같은 전략적 사고와 정세 판단 아래 접근해야 할 것이다.

첫째, 북한의 체제 목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북한은 최상위 규범인 노동당 규약 서문에 ‘조선노동당의 …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여 인민 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는 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적화통일을 해서 ‘안정된 김씨 세습왕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체제 보위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북한의 진의인 것이다. 이런 체제 목표를 추구하는 북한이 ‘왜?’ 3차례에 걸쳐 남북 정상회담에 응해 나섰고,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는가를 신중히 고려해봐야 한다.

둘째, 북한이 과연 한반도 평화 정착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걸맞은 행위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 북한은 현재 파탄 지경에 이른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강력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주민들의 노력(勞力)을 각종 경제건설 현장에 동원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은 여전히 120만 명에 육박하는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5%에 가까운 수치다. 그것도 대부분의 군인이 경제활동의 중추인 20~30대 청년들이다. 이것이야말로 북한의 정책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현실이다. 문서만으로는 절대로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 네빌 체임벌린과 아돌프 히틀러 간 평화협정이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의 전주(前奏)였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교훈이다.

끝으로, 북한과 회담 또는 대화를 진행할 때 그들이 구사하는 감상적인 용어 혼란 전술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지난 1972년에 발표한 7·4 남북공동성명은 ‘자주·평화(통일)·민족 대단결’을 천명했는데, 북한은 지금까지도 이 원칙을 통일의 3대 기본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들 용어에 대한 남북의 해석이 전혀 상이하다는 것이다. 거의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 수준이다. 이런 전철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급급하여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그야말로 경계할 일이다.

일찍이 손자(孫子)는 전쟁에 대해 ‘병자, 궤도야(兵者, 詭道也)’라고 갈파한 바 있다. 여기서 궤도의 궤(詭)는 ‘속이다, 기이하다’라는 뜻이다. 즉 ‘궤도’는 기이한 방법으로 적군을 속이고 기만하는 방법을 말한다. 손자가 말한 속임수는 내 병사와 나라를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보호책이다. 나라의 안위를 책임지고 전쟁터에 나간 장수에게 백성과 나라만큼 소중한 것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국가지도자는 튼튼한 국가 안보를 위해 설사 상대방을 속이지는 못하더라도 속아서는 안 된다. 더구나 막연하게 상대의 선의만을 기대하는 송양지인(宋襄之仁)의 어리석음을 발휘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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