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팔자’도 南北이 서로 다르다

북한의 삼복더위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때문에 주민들이 여름철 보양식의 으뜸으로 꼽는 것은 역시나 ‘단고기’다. 특히 중복 때 단고기는 최고의 메뉴가 된다. 도시 주민들은 단고기 식당을 찾기도 하지만 농촌 사람들은 몇몇 세대가 함께 단고기를 끓여 먹는 경우가 많다.

가정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학교, 여맹 조직 등에서도 생산총화나 농촌지원활동 총화를 마치면 함께 단고기를 먹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 하루하루 먹고 살기조차 힘든 북한의 서민 가정들에서는 단고기국이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90년대 이전 북한의 농촌에서는 거의 모든 집들이 개를 길렀다. 지방 도시들에서도 단층집 세대들은 개를 키웠다. 그러나 식량난을 겪으면서 개들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도둑’이 늘어남에 따라 개를 키우던 풍습도 시들해졌다.

2000년대 이후 식량난이 다소 완화되고 나서도 군인들이나 도둑들 때문에 개를 기르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사람들이 개를 기르는 것은 이유 중에 하나가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개들이 도둑에게 끌려가는 상황으로 역전되고 만 것이다.

기자가 살던 마을 주변에 군의소(군인들이 진료받는 곳)가 하나 있었는데, 영양실조에 걸려 입원한 군인들은 항상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도둑질 했다. 군인들의 1차 표적은 언제나 ‘개’였다.

2000년대 이후 북한은 만성 인플레이션을 겪어 왔는데, 개값도 예외는 아니다. 95년 이전에는 15㎏정도 개 한 마리를 북한돈 150∼200원에 살 수 있었고, 2000년 전까지도 농촌에서는 북한 돈 350원 정도면 중간 크기의 개를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0kg도 안되는 작은 개도 3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태어난지 두 달 정도의 강아지도 5천원이 넘는다.

요즘은 강아지를 시장에 내다팔 목적으로 개를 키우는 집들이 늘고 있다. 돼지를 키우는 것 처럼 개를 키우는 것이다. 이런 집들에서 개는 ‘재산목록 1호’다. 도둑을 막기 위해 방범창을 설치하고 아궁이 옆에 개집을 마련해 사람과 개가 한집에서 산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마당에서 키워지던 개들이 주인과 함께 실내에서 생활하게 된 풍속은 남과 북의 공통점으로 비쳐진다. 다만 남쪽의 개들은 아파트·다세대 주택의 보급에 따라 주인과 함께 살게 됐지만, 북쪽의 개들은 도둑을 피해 집안으로 내몰린 셈이다.

남한 개들은 주인과 함께 소파와 침대 위에서 뒹구는 ‘행운’도 누릴 수 있지만, 북쪽 개들은 아궁이 한켠 좁고 답답한 나무상자가 전부다.

삼복(三伏)의 공포(?)에서 살아남은 애완견들의 팔자도 이렇게 남북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