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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좌, 우 진영을 대표하는 학자들이 17일 한 자리에 모였다. 사회자를 중심으로 좌측에는 우파 학자들이 우측에는 좌파 학자들이 자리잡았다.
이들은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권정달)과 6∙15공동선언 남측위원회(상임대표 백낙청)가 공동으로 개최한 ‘2007 정상선언과 국민통합’ 좌우 맞짱 토론회에서 정상회담, 북핵, NLL, 북한 개혁개방, 인도적 사안 등에 대해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우파 학자로 유호열 고려대 교수, 정옥임 선문대 교수, 제성호 중앙대 교수,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이 참여했고, 좌파를 대표해서는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참여했다.
시작은 북핵 문제였다. 유호열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최소한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핵무기와 플루토늄을 조속히 폐기하겠다’고 선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제성호 교수도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문제를 외세에 떠넘긴 것으로 남북한 정상이 강조한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핵은 김정일 정권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는 아주 유용한 카드”라며 “북한은 생존을 위해 미국의 경제제재 압박에 대항하기 위해 선군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다고 핵을 포기하게 끔 북한을 압박했다면 우리 경제는 파탄 났을 것”이라며 “북한이 맘먹고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명시적으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핵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선언한 것만도 아주 잘 된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려면 남한의 불법적이고 반 평화적인 미국의 핵우산 전략도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NLL문제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좌파 학자들은 “영토선이 아니다. 남과 북이 새로이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우파 학자들은 “관습법상 영토선이다. NLL을 지키며 서해 공동어로 구상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낙청 상임대표는 NLL 영토선 논란과 관련해 “NLL이 해상경계선으로 무의미하거나 지킬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는 명제는 엄연한 사실”이라며 “영토선이고 헌법문제라는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홍 수석연구윈원은 “서해 평화지대는 어장 확장과 해주항을 개발해서 군사 위협도 줄이고 평화와 통일을 앞당긴다는 것으로 도전적이지만 앞선 정책”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정달 총재는 “서해평화수역 전환은 서해 북방한계선의 군사적 실효성을 약화시킬 염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NLL은 분명한 남북간의 해상경계선이다. NLL은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야 할 양보할 수 없는 경계선”이라고 반론을 폈다.
유 교수는 “서해교전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으로 북한의 사과를 요구했어야 했다. 이 부분을 국방장관 회담으로 넘긴 것은 순서가 어긋난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개방을 원하지 않아 빼기로 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유 교수는 “지원이나 협력 교류는 북이 개혁∙개방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개성공단이나 우리의 지원이 북을 도발하거나 붕괴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런데도 통일부 ‘개혁개방 용어 삭제’ 등 후속조치를 취한 것은 허약한 대북정책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 교수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싫어한다고 우리가 가만히 있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가도록 수령독재를 철폐하고 개혁개방으로 가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우리가 옆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움츠려 들고 겁을 먹는다”며 “북한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민족적 동료애로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오히려 적대적인 대립시에 북한 정권은 오히려 더 유지하기 쉽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손해”라고 반론을 폈다.
김영윤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다짐은 6자회담 전에 낼 카드가 아니다”며 “우리가 북핵문제를 해결하자고 하고 개혁개방하자고 하는 것은 북한 당국에 강요다. 따라서 북한이 불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분명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진보와 보수가 출발부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김정일 정권이 불량정권이고 독재정권이고, 인권을 탄압하고 있고, 언제라도 붕괴돼야 할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정권을 정당한 정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운을 띄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다고 북한이 체제 선전에 몸부림치고 우리를 적대하고 미국과 싸우는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한 가”라고 반문하며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 더 낫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진보”라고 설명했다.
김민웅 교수는 “북한을 관리대상으로 생각하고 우리가 관리해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며 “북한의 외압을 통해 붕괴할 정권이 아니다. 역사와 조건이 다른 체제를 관리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 교수는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자유를 확산, 개혁개방을 추진, 김정일의 변화가 선결 조건”이라며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짚지 않고 민족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